산업 IT

IT·유통 공룡도 예금·대출 제외 은행업 가능..금융사와 역차별 논란 커질듯

■ 디지털금융 종합혁신 방안

'이체 지시' 마이페이먼트 신설

계좌 기반 종합지급결제도 도입

기존 금융사와 공정 경쟁한다지만

적립 혜택 등 빅테크에 유리 지적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정부의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은 빅테크·핀테크를 금융업 규제 체계에 편입해 기존 금융사와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금융규제의 특성상 결정적인 것은 시행령·시행규칙·가이드라인 등 ‘디테일’에 있는 만큼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의 역차별 논란은 법안을 논의해가는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자금융거래법은 △산업 △이용자 △인프라 △금융안정 등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개정된다. 산업 측면에서는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업종이 신설된다. 업체가 고객의 돈을 예치하는 수신기능이 없어도 고객이 보유한 모든 계좌에 이체지시를 전달할 수 있어 모든 금융사가 눈독을 들이는 영역이다. 고객의 금융자산을 조회해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마이데이터’ 업무가 다음달 시작하는 가운데 마이페이먼트까지 도입되면 업체가 자산조회·추천·투자실행 등 재테크 전반을 아우를 수 있게 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마이페이먼트가 도입되면 전자상거래 시 자금이체 절차가 단순화되면서 소비자는 수수료 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도 도입한다. 현재의 전자금융업자는 은행 등 금융사와 연계된 계좌만 개설이 가능하지만 종합지급결제업자가 되면 고객의 결제계좌(payment account)를 직접 발급·관리한다. 급여 이체, 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계좌에 기반한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과 달리 예금과 대출 업무는 제한된다. 금융위는 “당국이 신청을 받아 지정하며 금융 시스템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며 “일반 전자금융업자 대비 강화된 건전성과 이용자 보호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적은 자본금으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스몰라이선스’도 도입한다. 현재는 전자금융업에 진출하려면 최소 자기자본이 5억~50억원이 있어야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3억~20억원으로 낮춘다. 일단 7개로 쪼개져 있는 전자금융업종을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으로 줄이고 각각 최소 자본금을 20억·10억·5억원으로 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종합지급결제업자는 200억원, 마이페이먼트는 3억원이다.


이번에 00페이에서 후불결제 가능 금액을 30만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 금융위는 일부 후불결제 기능이 있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의 한도가 30만원인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100만원까지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국민 대다수가 카드보다는 페이를 쓸 수 있고 각종 규제를 받는 카드사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한도를 적게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권 단장은 “신용카드는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인 사람만 발급받을 수 있는 반면 후불결제는 꾸준히 소액결제를 이용하고 차질없이 상환했다는 것만 입증하면 돼 주부·학생 등 금융이력이 적은 계층의 금융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금융 이력 축적의 기회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페이업체의 충전한도도 최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려 전자제품 등 고가제품도 살 수 있게 했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플랫폼 영업에 규율체계를 도입한 게 눈에 띈다. 가령 지난 6월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출시한 종합자산관리(CMA) 계좌를 ‘네이버통장’으로 판매하자 상당수 소비자들은 이를 네이버가 제조·운용하는 금융상품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앞으로 네이버는 판매채널이고 운용은 금융사가 한다는 등의 내용을 이용자가 오인하지 않게 명시해야 한다. 플랫폼에서 여러 상품을 소개할 때 더 많은 수수료나 광고비를 준 곳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등 인위적 개입도 할 수 없게 했다.

사고 발생 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한다. 공인인증서 위변조, 해킹 등 특정한 기술적 사고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이용자가 허용하지 않은 전자금융거래로 발생한 사고도 금융사가 책임지고 이용자의 허용 여부도 금융사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앞서 토스 부정결제 사고처럼 개인정보 도용에 따른 부정결제의 경우 현재는 누구의 책임인지 불명확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사의 책임범위에 포함된다.

이외에 인프라 측면에서는 기관 간 협약으로 운영되는 오픈뱅킹과 관련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국외 사업자의 국내 영업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적용하는 ‘역외적용 규정’도 개정안에 넣었다. 보안과 관련해서도 감독방향을 사후적발에서 사전예방으로 전환하고 민간의 리스크 관리 거버넌스 구축을 유도한다.

빅테크·핀테크가 규제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되지만 전통 금융사와의 역차별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기존 금융사와의 규제 형평성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사들은 여전히 빅테크 편향의 정책만 담겼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페이업체는 충전을 하고 결제를 하면 결제금액의 2.5%를 적립해주는 등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위는 소비자가 플랫폼에 이용정보를 제공한 데 따른 보상이므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강력한 마케팅 비용 규제를 받고 있는 카드 업계에서는 불만을 품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금융사는 빅테크가 쇼핑정보는 물론 검색정보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빅테크는 반대인 점도 주요 쟁점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중 발족할 금융사·빅테크·당국 협의체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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