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시를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에게 욕설을 한 지 보름여 만에 또다시 말실수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대한민국 이 좁은 땅덩어리마저도 갈라치는 집권당 대표의 부끄러운 발언”이라고 비판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민주당은 “앞뒤 문맥은 생략했다”며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면서도 야당을 향해서는 “말꼬리를 잡을 때가 아니다”라고 반발해 여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래통합당은 강연의 전체 문맥은 무시한 채, 특정 발언만을 문제 삼아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며 “지금은 말꼬리를 잡을 때가 아니다.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통합당의 명확한 입장은 무엇이냐”고 이슈 전환을 시도했다. 24일 이 대표가 서울시청 여민관에서 강연 도중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선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을 진화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야당에 던진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25일에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앞뒤 문맥은 생략한 채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마치 서울을 폄훼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서울의 집값 문제 및 재산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통합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천박한 도시’ 발언을 앞다퉈 비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대한민국 이 좁은 땅덩어리마저도 갈라치는 집권당 대표의 부끄러운 발언, 우리당이 대신 국민들께 사과드리고 싶다”면서 이 대표의 말실수를 부각시켰다. 하태경 의원도 “이 대표의 ‘부초서천(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참 나쁜 발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스스로 무능함으로 서울을 망쳐왔음을 자인하고 1,000만 서울시민을 욕되게 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비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4월 총선 전 부산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제가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체증이 많을까’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장애인을 비하하면서 설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1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대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오니까….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거에 대한 꿈이 있다”고 장애인에 대해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장애인 비하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부랴부랴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등 진화를 시도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에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이후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한 기자에게 “XX자식 같으니라고”라며 욕설을 내뱉은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