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로터리] '부동산호(號)'는 바다로 가고 싶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



우리나라는 부동산 전문가가 너무도 많다. 온 나라에 부동산 투자 등을 소개하는 유튜브·밴드·블로그·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범람하고 있다. 전문가가 많은 것은 국민뿐만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은 훈수를 두고 경기도지사는 대안을 제시하고 집권당 원내대표는 ‘수도 이전’이라는 비법을 제시하는 등 혼란을 더해가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집값을 잡겠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규제 정책에 이제는 그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강남3구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미명하에 시작된 부동산 대책은 이제 전국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항해를 하고 있다. 국민은 자신의 삶에 밀접한 관련이 없는 강남아파트의 가격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현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난리다. 강남 집값으로는 부족한지 그린벨트, 태릉골프장, 세종 천도, 이제는 공공기관 지방 추가 이전까지 들먹이고 있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유능한 선장이 필요하다. 선장이 항로 선택을 잘못한 경우나 해도를 잘못 판독했을 때 충돌이나 좌초 등 기타 해난을 당하게 된다. 선장의 기본적인 업무는 필요한 시점에 선박의 위치를 알아내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침로(針路)를 찾는 것이다.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물론 항해사 등 참모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참모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줄 때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부동산 호(號)에는 참모보다 선장이 더 많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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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비용이다. 이를 정부가 간과하면 그 비용은 오로지 국민이 부담하고 고통을 받게 된다. 실제로 부동산 대책도 몇 번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3년 동안 무수히 반복하면서 규제의 역설만 낳았다. 소규모 정부, 소관부처가 없는 종목과 업종은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역사를 통해 봐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는 것이 코브라 현상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코브라로 인한 인명피해가 늘자 식민지 정부는 코브라를 잡으면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코브라는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포상금을 받기 위해 코브라를 사육하는 농가들이 증가해 포상금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포상금 지급을 폐지하니 이번엔 농가들이 사육한 코브라를 방사해 다시 코브라가 증가했다.

앞서 우리나라도 비정규직 지원대책이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시간강사 우대정책이 시간강사 해고사태로 이어졌다.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로 부작용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많은 선장들의 다툼 끝 현 정부의 ‘부동산 호’는 이제 산 정상에 다다른 형국이다. 이제 쓸데없는 싸움을 멈추고 배가 바다로 방향을 전환하도록 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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