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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강철비2:정상회담' 남북 분단물 최종본 등장, 뻔한 결말 안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운명은 누가 결정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화두를 던진다.

영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세를 평화협정과 핵전쟁 위기라는 소재로 풀어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고, 궁극적인 바람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모색한다.


운명의 결정권을 갖지 못한 분단의 당사자인 한반도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냉전의 섬이 됐다. 대한민국은 북미 평화협정을 위한 정상회담에 초대받았지만 우리가 사인할 곳이 없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상 최초로 제3국이 아닌 북한 영토인 원산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평화협정, 핵 포기, 북미 수교로 이어지는 선택에 반대하는 북의 강경파인 호위총국장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후 세 정상은 북 핵잠수함의 좁은 함장실에 갇혀 인질이 된다. 빠져나갈 곳 없는 이들은 생사의 운명공동체가 되고, 공식 석상에서의 포커페이스와 허세는 오간 곳 없이 맨 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진짜 정상회담이 시작된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로 나뉘어진다. 전반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주변 국들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설명한다. 잠깐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내용을 놓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양의 정보가 쏟아진다. 역사와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영화는 친절하게 컴퓨터 그래픽과 자막으로 설명을 덧붙인다.


중반부는 북미 세 정상이 핵잠수함 백두호에 갇히면서 시작된다. 함장실은 셋 중 한 사람은 앉거나 누울 공간도 없고 환기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이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위원장은 비핵화 문제 이전에 담배 문제로 부딪히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양 극단의 북한과 미국 정상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느라 애를 쓴다. 공식 회담장에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세 정상이 뜻을 합치는 과정은 남북문제 이전에, 갈등과 화해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예상 밖의 웃음을 선사한다. 각 정상들의 매력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양우석 감독이 숨겨놓은 블랙 코미디를 곱씹어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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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백미는 후반부 잠수함 액션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잠수함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는 잠수함 내외부의 액션감을 박진감 있게 구현해냈다. 태풍이 몰아치는 독도 앞바다와 잠항해 들어갈 때 수평이 바뀌는 부분, 어뢰가 오가는 수중전에서 폭발 충격을 받아 함내의 사람들이 균형을 잃는 장면 등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특히 잠수함이 어뢰 공격을 회피하는 전술은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된다. 잠수함 세트 제작에만 두 달여, 20억이 투입됐고, 수중 잠수함 액션 또한 꼼꼼한 자문을 거쳐 완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들의 강철 케미스트리도 인상적이다. 정우성은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침착하게, 담백하게 표현해냈다. 북한위원장 역을 맡아 파격 변신을 감행한 유연석은 날 선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곽도원은 단순한 악역이 아닌 신념을 가진 애국자인 북한 호위국장을 우직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신정근이 영화의 복병이다. 중량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잠수함 속에서 또 다른 긴장감을 조성한다. 정우성과 함께 후반부를 힘차게 밀고 나간다.

통상적으로 남과 북을 소재로 그린 한국 영화는 한 측의 주인공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그러나 ‘강철비2: 정상회담’은 서로를 적이 아닌 존재로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북 분단물의 최종 진화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오는 29일 개봉.

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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