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좋아서 더 속상하다.”
지난 26일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마지막 무대가 펼쳐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커튼콜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배우들도, 객석에서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공연을 올리고 관람하기까지 곡절이 어느 때보다 많았던 시즌이었던 만큼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는 감사함과 너무 짧았던 만남에 대한 아쉬움이 뒤엉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의 실제 사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해 만든 팩션극으로, 그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에서 한 발 떨어져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찾고자 했던 한 여성 ‘민자영’의 삶을 들여다본다. 이 작품은 지난 8일 개막해 3주간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두 차례나 개막이 연기돼 지난 18일부터 단 일주일만 무대에 올랐다. 총 23회 예정됐던 회차가 12회로 반 토막이 났고, 한창 무대에서 예열된 배우들은 공연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회차 축소에 거리 두기 좌석 운영까지 더해져 관객들의 표 구하기는 그야말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취소 표를 기대하며 공연장에 와서 현장 예매를 하려는 분들도 계셨고, 관련 문의도 많았다”며 “명확히 답을 드릴 수 없는 게 너무 죄송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막을 내린 국립극단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다가 지난 19일에서야 관객을 만났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된 인기작품이었기에 일정 축소 후 예매가 다시 시작된 날 국립극단 홈페이지는 먹통이 됐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두 작품이 짧은 공연만으로 막을 내리자 팬들을 중심으로 연장 요청이 빗발치기도 했다. 다만 각 단체는 다음 공연 일정과 극장 대관 문제 때문에 연내 재공연이나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련 상품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관객들이 줄을 이으면서 잃어버린 얼굴 1895 이번 시즌의 OST는 지난 주말 기준 2,000장이 판매됐다. 조씨고아 역시 8일간 포스터와 프로그램북 등 공연 관련 상품이 800여 개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