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정권 실세와의 연루설이 나오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해외로 도피한 뒤에야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금융당국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제재를 따지는 16개월 동안 정작 사기계약을 주도한 현 경영진은 국가 기금을 관리하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자금을 유치해 덩치를 키웠고, 결국 사기 피해가 5,0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미래통합당은 금융당국이 옵티머스 건을 부실검사 또는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혁진 해외 떠났는데…금감원 “우린 몰라”
금감원은 총 세 차례(2017년 8월 2건, 2018년 4월 1건)의 검사 가운데 2017년에만 이 전 대표의 횡령 등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이후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초 제재한 시점은 11개월이 지난 2018년 7월이었으며 금융위원회에서 11월 최종 의결돼 제재가 확정됐다. 제재가 길어진 데 대해 금감원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검찰 수사를 기다리던 2018년 3월, 이 전 대표가 해외로 도피했고 검찰은 이에 같은 해 5월 이 전 대표를 ‘기소 중지’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이 전 대표가 떠난 지 2개월이 지난 7월에 제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검찰의 통보가 없어서 몰랐다”고 주장했다.
석연찮은 부분은 금융당국이 이 전 대표의 부재를 사후에 인지했다는 점이다. 제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에 대한 해임 등의 징계를 하려면 청문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는 2018년 8월 두 차례, 10월 두 차례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청문 실시 및 청문 조사 열람을 통지했지만 모두 반송됐다. 결국 금융위는 제재 대상자 없이 2018년 11월 최종 제재를 결정했다. 특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기다렸다면서 끌더니, 징계 대상자가 사라졌는데도 (검찰에) 확인도 하지 않고 돌연 징계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세 차례 현장 검사, 정작 사기 친 현 경영진 불법 못 봐
특위는 16개월이나 걸린 이 제재가 옵티머스자산운용에 사실상 면죄부가 됐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검사를 나간 시기는 이 전 대표에서 사기계약으로 현재 구속된 김재현 대표로 변경된 2017년 6월 이후다.
하지만 금감원은 정작 김 대표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부부 사이인 윤석호 변호사가 벌인 사기계약을 현장에서 전혀 캐내지 못했다. 금감원이 세 차례 검사에서 이 전 대표건만 적발해 16개월을 보낸 것이다.
금감원이 딴 곳을 볼 때 구속된 현 경영진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전파진흥원에서 748억원 등을 투자받아 펀드 설정액을 569억원에서 1,829억원으로 세 배 이상 불렸다.
사기 주도한 현 경영진측, 금감원 출석 “우린 피해자” 호소도
특위는 금감원의 부실감독과 허술한 제재가 사기계약 규모를 5,151억원(설정 원본 기준)까지 키웠다고 지적했다. 강민국 의원은 “금감원이 제대로 된 감독을 하지 못해 피해금액이 커지는 것을 사실상 방조했다”며 “알고도 봐줬으면 배임, 몰랐으면 부실검사이기 때문에 감사원이 책임자들을 철저히 감사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