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에 혈류(자금)가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의 규제혁파와 노동시장 개혁이 위축된 투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3.3%로 2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설비·건설투자 등을 보여주는 총고정자본형성이 136조3,74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1% 감소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4분기 설비투자는 2.9% 감소했으며 건설투자도 1.3% 줄었다. 한은과 정부가 돈을 풀어도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투자 대신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코스피 상장 622개사(삼성전자 제외)의 1·4분기 투자활동 현금지출은 1년 전에 비해 26.4%(5조2,000억원) 감소한 반면 차입금은 38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조원 증가했다. 기업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등을 포함한 통화량도 지난 5월 858조원으로 1년 만에 118조원 증가했다.
재계는 경제위기 속에 얼어붙은 기업의 경제 심리를 녹이려면 우선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개혁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기업 투자가 적극성을 띠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만큼 달라진 노동환경에 맞는 고용과 임금의 유연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실업이 급증하고 정부의 빠른 규제 혁파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해낼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는 길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 함정은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나야 벗어날 수 있는데 현 상황과는 달라서 도전적인 벤처기업이나 창업이 활성화할 수 있게 정책과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