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택배기사 원하는 시간 만큼 일하는 웰빙족 될까

CJ대한통운, 물량축소 요청제 계약서에 명문화

택배기사가 이제 원하는 시간 만큼 일할 수 있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택배기사의 고강도 노동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택배기사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 함께 일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활로도 열린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집배점 간 표준계약서에 ‘물량축소 요청제’ 조항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택배기사는 배송시간을 줄이려면 집배점과 구두로 협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집배점에 정식 요청해 협의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택배기사가 대리점에 물량축소를 요구할 수 있는 문항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주문과 배송물량이 급증했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게 이들 쇼핑몰 덕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대면 소비 보편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총알배송 뒤 택배기사의 노동 강도는 그만큼 높아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지난 8일 “3월 쿠팡 노동자까지 포함해 올해만 벌써 3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다”며 “‘예견된 산업재해’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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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이 물량축소 요청제를 업계에서 처음으로 들고 나온 것도 택배기사의 노동 강도를 염두에 둔 처사다. 물량축소 요청제는 택배기사가 집배점에 배송물량 축소를 요청하면 집배점은 인접 구역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택배기사와 협의하게 된다. 택배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택배기사가 물량축소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개인당 배송물량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감당해야 할 물량이 늘면 그만큼 노동시간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을 많이 하고 돈을 더 벌 것인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것인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계약서에 박힌 셈이다. 배송물량은 유지하면서 가족이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작업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597만원(연 7,166만원)으로 집배점 수수료와 운영비·소득세·유류비·식대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은 월 449만원(연 5,387만원)으로 추정된다.

물량축소 요청제가 택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CJ대한통운이 먼저 선택권을 택배기사에게 주면서 업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택배기사 구인란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 난관도 있다. CJ대한통운의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 이내에서 정해진 급여만 받고 일하는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수입과 배송물량을 연동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의 특성이 반영된 제도”라며 “현장에서만 존재하던 관행을 표준계약서에 도입해 택배기사에게는 절차에 따라 배송물량 축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집배점장에게는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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