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공개 사과한 가운데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억지 사과 말고 박 전 시장 관련 의혹부터 밝히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인순 의원님. 억지 사과 대신에 박 전 시장 및 젠더 특보와 통화내용 밝히고 진심 어린 행동 보이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남 의원이 이제서야 뒤늦게 울먹이면서 반성한다고 합니다만 그것으로 모든 의혹과 잘못이 덮이진 않는다”고 지적한 뒤 “박 전 시장 사망 당일 남 의원과 전화통화 사실이 확인됐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이어 “더불어 남 의원과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와의 통화 및 문자 수신 내역도 꼭 밝혀야 한다”면서 “여성 운동가 출신이고 박 전 시장 최측근 의원이고 박 전 시장에게 전날 불미스러운 일을 물었다는 임 젠더 특보와 각별한 사이였다는 점만으로도, 남 의원이 박 전 시장과 성추행 의혹 관련 논의를 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남 의원이 대책으로 내놓은 ‘지명직 최고위원 2인 여성 할당’, ‘보좌진 여성채용비율 확충’ 등에 대해서도 비판이 날을 세우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여성 몫 자리가 없어서 못 막았는가”라고 물은 뒤 “박 전 시장 성추행이 서울시 젠더 특보에 젠더 사무관까지 두고도 버젓이 자행됐다. 피해자가 수없이 서울시에 호소했는데도 묵살되는 정황에서 여성 비율 올린다고 해결될 일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김 교수는 또한 “본인부터 여성운동 경력에 한때는 남윤인순으로 이름 쓰고 민주당 여성 몫 최고위원이자 젠더 폭력 TF 단장이면서도, 피해호소인이라는 해괴망측한 단어 아이디어를 내고 여성 입장에서 따끔하게 비판 한마디 안 했지 않은가”라면서 “자리를 만든다고 해결되지 못한다는 걸, 남 의원 스스로 확인해주고 있지 않은가”라고도 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의심스럽고 때늦은 억지 사과 말라”라면서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여성피해자 입장에서 그녀를 돕고 보호하는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썼다.
앞서 남 최고위원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한지 18일 만인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너무나 참담한 마음과 죄책감이 엉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양해해달라”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남 최고위원은 이 말을 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세상이 달라지고 국민 눈높이가 달라졌다.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은 여성 유권자를 분노케 했고 웬만하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절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권력 관계 성불평등을 성 균형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 최고위원은 대표적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이다. 박 전 시장 실종 당일 박 전 시장과 통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20년 넘게 여성운동을 해 온 그는 당내에서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는 것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침묵을 지키던 남 최고위원은 더 이상 여론 악화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공개 사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남 최고위원은 성폭력 문제 근절을 위해 당내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여성으로 하는 방안을 지도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5명과 당대표 지명직 2명으로 구성된다. 현재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에서만 여성 1명 이상을 포함하게 돼 있다.
또 “성폭력 가해자 또는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 공천 대상에서 원천 배제할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며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시에도 하위직에 집중해 여성을 선발하는 것 아니라 직급별로 골고루 채용할 것을 이미 여러 번 권고했고 민주당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 최고위원은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였으나 당 어젠다(의제)로 젠더 이슈를 우선순위로 이끄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당내 젠더폭력상담 신고센터 설치 규정을 만들었으나 전담인력을 보장받지 못해서 선거기간 동안에만 용역으로 외부 전문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