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골판지를 만들어온 중소업체 A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0% 줄었다. 지난해 9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직원들 월급지급 날짜를 어겨본 적이 없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1~2주 미뤄지기가 다반사다.
매출이 줄어들다 보니 기존 은행 대출을 갚기도 버겁다.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리금 상환이 6개월 연기돼 간신히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오는 9월 말이면 종료돼 다시 상환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A사 대표는 “정부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장해줘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대출 상환유예를 연장하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은행 대출이 있는 중소기업 27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가 연장 기간에 대해 절반인 51.5%가 ‘내년 말까지’라고 답했다. ‘내년 상반기’는 28.1%, ‘내년 3월까지’는 6.9%였다.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최소 6개월 더 상환유예를 연장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대출이자를 뺀 원금만 상환유예할지, 원리금 전체를 상환유예할지를 놓고도 중소기업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 78.1%는 대출 원금 상환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동시에 연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 등 기업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으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흑자도산하는 사태는 막아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최소한 모럴해저드 방지를 위해 원금 상환만 유예하고 이자는 상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비상시국인 만큼 정부는 원리금 상환 연장뿐만 아니라 쓸 수 있는 지원정책을 다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