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먼 산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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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로 이사한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사나흘 밥도 안 먹고

먼 산만 바라보는 개

십년 한솥밥이면 어슬녘 노을도 쓸어준다

고개 묻고 시무룩한 모습이 안쓰러워

내 생일에도 끓여주지 않던 소고깃국을

밥그릇에 넣어준 어머니도 먼 산이다

갈비뼈 휑하니 바람이 들락거리는

어머니와 개는 한솥밥이다

저물녘 노을빛 강이다

같이 갈 수 없는 공중의 집이

먼 산에 걸쳐 있다

개장수에게 보낼 순 없다고

가면 바로 가마솥으로 간다고

아버지가 아끼던 개라고

서로 마주 보다가 한숨으로 날리는

먼 산이다

2915A34 시



마당도 뒤란도 없는 공중의 집.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지만, 큰 뜻 품은 한신의 후예인지 층층마다 사람 발밑에 사는 곳. 칼새의 비상을 동경하는지 아득한 베란다 절벽에서 기지개 켜는 곳. 말 못 하는 영물도 눈치챈, 아버지 가신 먼 산처럼 높은 그 집. 짖어줄 행인도 없고 쫓아줄 도둑괭이도 없어, 가더라도 실업자 개가 될 공중의 집. 사람과 동거해온 일만 년 역사 중 처음 맞이한 수직 이별. 멍멍 초복, 왈왈 중복을 지나 말복은 컹컹 다가오는데.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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