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與, 소위 없이 반나절 만에 ‘부동산 법’ 통과…野 “의회독재”

종부세·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전체회의 의결

‘소위에서 논의’ 국회법 불구, “소위 없다”며 강행

국회 곳곳 파열음, 통합당 퇴장한 채 여당 단독처리

野 ‘안건조정위’ 만지작거려도…범여 2/3 넘어 난항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발의한 법안은 제쳐두고 민주당 법안만 상정해 처리하려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발의한 법안은 제쳐두고 민주당 법안만 상정해 처리하려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7·10 부동산 대책 후속법안들을 국회 상임위원회별 소위원회에서 검토하지 않은 채 전체회의에 단독 상정해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임시국회 회기 내 부동산 대책 처리를 주문한 상황에서 여당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8월4일까지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를 거쳐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합당은 “의회 독재”라고 반발해 부동산 관련 법을 둘러싼 대치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국토교통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등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부동산 관련 법안을 상정·의결했다. 국토위는 통합당 의원이 불참한 상태에서 부동산거래신고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을 의결했고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방세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기재위는 여야 간 이견이 큰 소득세법·법인세법·종부세법 등 부동산 증세 관련 3법을 전체회의가 열린 당일 반나절 만에 기습 상정해 의결했다.

국회법에는 상임위별 전체회의에 상정된 법을 다시 각 소위원회로 내려보내 논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여야는 소위원장 배분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소위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여당은 소위가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부논의 없이 하루 만에 법안들을 강행 처리한 것이다.

민주당이 ‘기습 의결’을 강행하자 국회 곳곳에서는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기재위에서는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기재위에서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법안 상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에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기재위에 회부된 234건의 법률안 중 부동산 증세법안 단 3건만을 상정해 논의하는 것은 국회의 논의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결국 통합당 소속 기재위원들은 회의진행 방식에 반발해 모두 퇴장했다. 국토위에서도 통합당 간사인 이헌승 의원이 “아직 법안심사소위도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 등을 안건에 추가하는 표결을 진행했고 통합당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통합당은 “절차 무시, 의회독재”라며 기자회견을 열어 분노를 표출했다. 기재위 통합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청와대 하명에 따른 특정 의원의 법안만 올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표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분명한 법적 하자가 있는 만큼 무효라는 점을 밝히며 통합당은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어렵게 문을 연 7월 임시회가 통합당의 발목잡기에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정작 제1야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상임위 일정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제1야당은 국정운영의 한 축이 아닌 훼방꾼의 모습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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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류성걸 간사, 추경호, 윤희숙, 서일준 의원 등이 2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법 등 부동산 세법 상정을 규탄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류성걸 간사, 추경호, 윤희숙, 서일준 의원 등이 2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법 등 부동산 세법 상정을 규탄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여당은 “부동산 대책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정부 대책은 언제까지나 반쪽짜리가 되고 말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7월 국회 회기 내에 관련법을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붙이고 있다.

7월 임시국회 회기는 8월4일까지다. 이날 부동산 관련 법들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려면 법사위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법사위 심사를 위해서는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 전체회의 통과 후 ‘5일간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 역산해보면 29일까지는 관련법들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법사위 역시 타 상임위 법안을 의결하려면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 소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만큼 소위가 꾸려지지 않는다면 법안을 본회의로 직행시킬 수 있다.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여당 의석이 176석으로 절반을 넘는 만큼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여당은 ‘일방 독주’가 야당의 반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기재위의 한 관계자는 “통합당이 부동산 3법의 상정 자체를 반대해 여당 단독으로 상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소위가 구성되지 않을 경우 국회법에 따라 전체회의를 통해 법안을 의결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해석이다.

통합당 측은 투쟁의 수단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만지작거리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 심사를 위해 최장 90일간 논의를 진행하는 국회법상의 절차다. 그러나 통합당이 안건조정위를 신청한다고 해도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이 조정안에 찬성하면 소위 심사를 거친 것으로 본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이 소위별로 3분의2를 넘어 찬성 절차를 밟으면 곧바로 안건조정위를 통과할 수 있는 셈이다. /김인엽·김혜린기자 inside@sedaily.com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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