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철비2' 정우성 "잠수함 액션, 한국 영화사에 남을 만하다"

“정치적 상황에 놓인 한반도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될지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예요. 물론 이 영화가 달갑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정우성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공개적으로 사회·정치적 소신을 밝혀 온 그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영화와 배역에 영향을 끼칠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진중했고, 신중했던 그의 말에서 대통령을 연기한다는 부담감, 중압감까지 느껴졌다.

29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세를 평화협정과 핵전쟁 위기라는 소재로 풀어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고, 궁극적인 바람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모색한다. 정우성은 작품에서 미국, 북한 정상과 함께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일촉즉발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 위원장과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참을성과 강단을 오가며 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까지 건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분단에 희생된 우리의 과거, 국민들에 대한 연민에 신경을 쓰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경재 대통령은 평화로 가야 한다는 의지가 센 캐릭터예요. 그의 가장 기초적인 마음가짐이 한반도에 살고 있었던 우리 국민에 대한 연민이란 생각을 했죠. 특히 3자회담이 이루어질 때 민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만회하고 극복하기 위한 간절한 마음을 표정에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대통령 캐릭터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상당했다. 정우성이 생각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무엇이고, 그가 생각한 대통령상이 영화를 통해 그려졌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전체적인 상을 그릴 수는 없었어요. 어찌됐건 한반도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고, 그 사안에 임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야 했으니까요. 대통령은 사안에 따라 입장과 자세가 바뀔 수 있잖아요. 한경재 대통령은 분단이라는 불행을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어요. 분단의 당사자이지만 배제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인물이죠. 외부에서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는 모습인데, 그런 모습들을 투영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한경재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로 나서지만 평화 협정의 당사자는 될 수 없어 무력감을 갖는 인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정우성은 오죽했으면 지난 23일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감정에 북받쳐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온전히 영화를 봤어요. 한 대통령이라는 캐릭터에 감정 몰입이 된 거죠. 분단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 과거 역사 안에 많은 국민들의 억울한 죽음도 있었고, 우리 민족의 한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올라왔죠. 충분히 불행했는데 불행이 당연해졌고, 어째서 이 불행을 이용하고 있고, 외면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전쟁과 한국의 핵무장 이슈를 다룬 ‘강철비’(2017)에 출연한 그는 상호보완적 속편인 ‘강철비2 :정상회담’에도 출연, 강철비 시리즈에 두 편 연속 함께한다. ‘강철비’에서는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 역을 맡았다가 이번엔 진영을 바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정우성은 강철비 시리즈의 인물과 설정이 다른 것과 관련해 “굉장히 똑똑한 기획”이라고 자부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연결성이 없는 새로운 속편이었어요. 거기에다 잠수함 함장실 안에서의 세 정상의 모습은 ‘SNL’ 꽁트 같은, 굉장히 풍자적인 설정이잖아요. 잘못하면 짐이 되는 설정인데, 배우로서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까 궁금했어요. 후반부 잠수함 액션은 시나리오만으로도 긴박하고, 충분히 설명돼 있었죠. 이걸 어떻게 구현할지, 잘 구현이 됐을 때 내가 참여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 등의 복합적 요소가 영화를 결정하게 된 이유였어요. 1편을 해서 2편에 나와야지겠다는 생각은 없었고요. 3편도 내가 나와야 된다는 생각 안 해요. 시나리오가 완성됐을 때 내가 함께해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죠.”



영화의 백미는 후반부 잠수함 액션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잠수함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는 잠수함 내외부의 액션감을 박진감 있게 구현해냈다. 태풍이 몰아치는 독도 앞바다와 잠항해 들어갈 때 수평이 바뀌는 부분, 어뢰가 오가는 수중전에서 폭발 충격을 받아 함내의 사람들이 균형을 잃는 장면 등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정우성 또한 잠수함 액션에 대해 “한국 영화사에 남을 만하다”며 흡족해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실제 우리 해군의 잠수함에 잠깐 들어가 봤어요. 해군 기지에서 전술 시뮬레이션 훈련 기구를 통해 실제 잠수함의 잠항 각도라던지, 전투시의 충격 등을 경험했죠. 현장에서는 잠수함 세트를 그대로 짐벌에 올려서 디테일하게 구현을 해낼 수 있었어요. 양우석 감독님이 ‘밀리터리 덕후’잖아요. 고증을 철저하게 했죠.”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이후 26년간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스타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정우성. 변신과 도전을 계속해온 26년차 배우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남달랐다. 또 배우로서 연기적 스펙트럼에 갇히지 않기 위해 세상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공이 당연하지 않아요.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면 좋겠지만, 결과는 꼭 그렇지 않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좌절해서도 안돼요. 인생에서도 파장이 각기 다른 시기가 있어요. 결과적으로 내가 얼마만큼 모든 것을 감내하고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에요. 인생도 나라는 사람이 찾아가는 거예요. 내가 얼마만큼 세상에 관심을 가지느냐도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