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나라면 쓸까 하는 생각, 화장품 대박 이끌었죠"

日 색조시장 안착한 박정윤 코디 사장

'노세범 워터팩트' 등 인기몰이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 껑충

R&D강화… 10대에 어필할 것

박정윤 코디 사장. /권욱기자박정윤 코디 사장. /권욱기자


“제품을 만들 때마다 ‘나 같으면 쓸까’ 하고 되묻습니다. 우선 내가 쓰고 싶어야 남한테 권할 수 있을 테니까요.”

K뷰티가 글로벌 트렌드를 이끈다고는 하지만 색조는 여전히 취약한 분야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문화 탓이다. 이런 색조 분야에서 전통적 강국 일본 시장에 진출해 대박 행진을 하는 기업이 있다. ‘노세범 워터팩트’ ‘노세범 파우더’ ‘쉐이킹 섀도우’ 등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색조 전문 화장품 제조개발사(ODM) 코디(080530)가 그 주인공.

29일 서울 중학동 서울경제 본사에서 만난 박정윤(사진) 코디 사장은 일본에서 대박을 터트린 비결에 대해 “‘나라면 과연 이 제품을 사용할까’라는 생각으로 만든다”고 답했다. 내가 쓰고 싶지 않은 것은 남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정윤 코디 사장./권욱기자박정윤 코디 사장./권욱기자


노세범 팩트와 파우더는 땀과 피지가 많은 소비자나, 여름에도 상쾌함을 줄 수 있는 제품이면 팔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기획됐다. 쉐이킹 섀도우는 기존 파우더 형태가 아닌 워터형으로 메이크업용 브러시 없이 사용 가능할 뿐 아니라 피부 밀착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일본 인플루언서 브랜드인 ‘후지코’에 공급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코디는 한때 거래정지까지 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거래가 재개됐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전년보다 2배 성장한 279억원, 영업이익은 36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박 사장은 올해 매출의 50%가 수출에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속눈썹이 처지는 소비자들을 위해 눈썹을 위로 올린 후 풀칠해 내려오지 않게 하는 마스카라 등 유럽 화장품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들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마스크 프루프 등과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상품도 기획 중이다. 박 사장이 “한국인 특유의 센스와 아이디어가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하는 이유다.

박정윤 코디 사장./권욱기자박정윤 코디 사장./권욱기자


코디가 이렇게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서부터였다. 코디는 최근 몇 년 동안 힘든 시기를 지내면서 연구개발(R&D) 등 인력 유출이 많았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게 인턴 연구자들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R&D 인력의 연령대가 다른 어느 기업보다 낮아졌다. 그만큼 젊은 층의 소비패턴에 대응하기 쉬워진 셈이다. 박 사장은 “이야말로 전화위복”이라며 “20대 연구자들이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하다 보니 이를 통해 얻은 뷰티 정보를 비롯해 소비자들의 니즈 파악이 빠른데다 시장의 변화 역시 빠르게 감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주문자생산(OEM) 업체에서 R&D까지 포괄하는 ODM 업체로 탈바꿈한 코디는 앞으로 기초화장품을 강화하는 한편 화장 연령대가 낮아지는 현상을 반영해 미래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에 힘쓰고 있다. 박 사장은 “색조와 기초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과감하게 R&D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색 경험, 엉뚱한 상상을 통해 10대들에게 어필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권욱기자

연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