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4대 대형병원서도 아기 울음소리 '뚝'

올 상반기 신생아 자료 분석결과

취업난·집값에 코로나까지 겹쳐

신생아 수 지난해보다 14% 줄어

연 20만명대 추락 비관적 전망도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국내 4대 대형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취업난과 주택 가격 급등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신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만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29일 서울경제가 서울아산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 등 서울 지역 4대 대형 병원의 신생아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들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3,3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949명보다 14% 줄어든 수치다.

이번 조사는 통계청의 인구동향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동향에서도 지난 5월 전국 출생아 수는 2만3,00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줄어들며 5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미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은 물론 전 세계 203개국 가운데서도 꼴찌 수준이다.


갈수록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것은 극심한 취업난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주택 가격,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이 결혼과 출산을 앞둔 청년세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찾은 대형 병원 중 한 곳의 산부인과 진료실 앞은 대기줄도 없이 한산했다. 김모(36)씨는 “아이가 생겨 기쁘기는 하지만 당장 눈앞의 육아와 사교육에 들어갈 비용 등을 생각하면 벌써 걱정이 앞선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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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코로나19로 결혼과 출산을 꺼리거나 미루는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출산율 감소폭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 1~5월 혼인 건수는 9만2,101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5월 혼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3% 급감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청년세대도 늘고 있다. 201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0대 59.9%, 20대 51.5%, 10대(13~19세) 46.4%로 연령이 낮아질수록 출산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결혼식을 올린 박모(33)씨는 “아이를 낳으면 좋겠지만 경제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어 고민 중”이라며 “게다가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걱정되고 출산과 휴직기간의 경력단절도 큰 고민거리”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집값 상승,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미숙 박사는 “한국에서는 자녀를 낳으면 양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저출산 해소를 위한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무엇보다 주거·교육을 포함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정지원 등을 포함한 맞춤형 지원책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청년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새로 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가 만 40세가 되는 오는 2060년에는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학령인구, 현역입영대상자 수 등은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반면 노년부양비는 현재보다 4.5배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출산지원정책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아동수당이나 출산보조금 등 현금보조 비중을 늘리고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취원율을 높여 양육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진혁·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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