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혁신조달과 한국형 뉴딜

정무경 조달청장

정무경 조달청장정무경 조달청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업·벤처기업인과 릴레이 현장 간담회를 계속하고 있다. “신기술 제품이라서 조달시장 진입에 오래 걸린다”거나 “공공기관이 신제품을 구매해주지 않는다”는 현장의 생생하고 절실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공공조달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까지 공공조달은 ‘계약 체결’이라는 소극적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여기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검증된 제품 위주의 구매, 과거 조달 실적 등이 중시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혁신제품에 대한 공공조달 문턱을 낮추고 공공 부문이 이들의 ‘첫 번째 구매자’가 돼 초기시장을 창출해줄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조달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인 약 135조원에 달한다. 공공조달이 구매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크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공공조달 구매력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 혁신성장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공공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공공조달의 패러다임과 역할의 전환을 생각해볼 때다. 혁신조달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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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은 정부조달을 통해 혁신제품의 실증기회를 제공받고 스타트업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실례로 지난 5월 ‘혁신의 아이콘’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사가 사상 최초로 민간 우주선 ‘크루드래건’ 발사에 성공했다. 머스크는 2002년 재활용 로켓이라는 위성 발사 모델을 꿈꾸며 스페이스X를 설립했지만 2008년까지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나 미 항공우주국(NASA)과 체결한 열두 차례의 위성 발사 공공 발주계약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스페이스X의 성장 스토리는 혁신조달의 확실한 벤치마킹 사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등 ‘한국형 뉴딜’ 추진 과정에서 혁신제품이 시장에 많이 진출하게 될 것이다. 혁신제품의 출현이 혁신조달과 한국형 뉴딜이 서로 만나는 지점이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도 최근 ‘미국경제 살리기(Buy American)’ 공약을 발표했다. 연방정부 구매력을 활용해 전기자동차와 5세대(5G)·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제품을 지원하겠다는 혁신조달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도 혁신조달을 한국형 뉴딜과 전략적으로 잘 연계하면 혁신기업 성장과 국민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공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형 뉴딜 추진 과정에서 개발된 많은 혁신 제품들이 민간 우주선 크루드래건처럼 실험실을 뛰어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조달의 도움닫기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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