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조기숙 "최재형 감사원장 '사퇴' 압박하는 민주당, 박근혜 정부 데자뷔"

조기숙 교수. /사진=SNS 캡처조기숙 교수. /사진=SNS 캡처



여권이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4월 이후 공석인 감사위원에 대한 추천을 받고 ‘친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제청을 거부했다며 감사원장의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민주당의 이런 ‘찍어내기’ 행태에 대해 “탄핵당한 정부가 왜 민심과 멀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라”고 간청했다.

조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사퇴했던 양건 전 감사원장과 현재의 최재형 감사원장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며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자신들이 했던 말만 기억하고 그대로 실천하면 좋겠다”고 했다.


조 교수는 “촛불시위로 현직 대통령 탄핵까지 했다. 여러 번 정권교체의 경험은 역지사지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치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대다수 학자들의 생각이지만,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며 “(최재형 감사원장의 감사위원 제청 거부 관련) 기사를 읽고 나는 박근혜 정부의 한 사건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고 입을 열었다.

앞서 여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 원장에게 감사위원으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제청할 것으로 추천했으나, 최 원장은 ‘친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두 차례 제청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당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최 원장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또한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최 원장의 결정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감사위원에 장훈 중앙대 교수를 추천했는데, 양건 전 감사원장이 선거 때 캠프 출신 인사라며 제청을 거부했다. 장 교수가 자리를 고사했음에도 양 전 원장은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사퇴했다”며 “결국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MB의 사대강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던 양 전 원장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를 청와대 외압에 의해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지금의 민주당이 당시에 했던 발언과 태도만 일관되게 견지한다면 우리 정치는 진일보하리라 생각한다”며 당시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던 발언들을 재조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과거 민주당은 “청와대는 감사원에 대한 인사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당시 민주당 법사위원이었던 박지원 의원(현 국정원장은)은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헌법을 어기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헌법에 보장된 감사원장의 임기(4년)를 또다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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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으로 지명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의 비판은 이어졌다. 민주당은 “감사위원 제청을 사전에 청와대와 협의하겠다”는 황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감사원장에게 법으로 보장된 감사위원 제청권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감사원의 독립성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쟁점은 청와대가 제청을 요구했다고 알려진 김 전 차관이 장 교수만큼 정치적인 인물이냐가 아니라, 헌법에 규정된 감사원장의 제청권”이라며 “감사원은 대통령 산하의 행정기관이 아니라 행정부를 견제하는 독립기관이고 따라서 헌법에 감사원장의 임기와 감사위원 인사 제청권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헌법 학습에 대한 기대는 둘째 치고,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자신들이 했던 말만 기억하고 그대로 실천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사의 교착상태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순리대로 풀어야지 이렇게 감사원장을 겁박하고 사퇴 운운하는 게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은 자신들이 했던 말을 실천함으로써 인사 난맥을 해결하고 또 정치발전에도 기여하든지, 아니면 그 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거듭 비판했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보다는 나은 정부를 위해 그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었던 국민을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대통령에게 충성 경쟁하느라 보수당을 일베수준으로 전락시킨 전 새누리당 의원들이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 교훈을 얻으면 좋겠다. 지금 일부 민주당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나 민주주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국민들은 악몽의 데자뷔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경험할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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