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리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금융당국이 당초 언급한 직접적인 총량 규제는 아니지만 증권사가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을 계산할 때 ELS 물량을 ‘부채’로 더 많이 인식하도록 해 사실상 시장의 무분별한 팽창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ELS 발행 시 자체 헤지 규모의 일정 수준을 현금화가 가능한 외화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해 증권사의 헤지자산 분산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그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비상이 걸렸다.
◇레버리지 비율로 발행량 줄이고, 헤지자산 분산 투자 유도=30일 금융위원회는 ‘파생결합증권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금융당국은 ELS의 발행액을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통해 조절한다. 지금까지 증권사의 레버리지 비율은 규모 전체가 그대로 부채로 반영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기자본 대비 잔액이 50%를 초과할 경우 부채 반영 비율을 단계적으로 200%까지 가중한다. 다만 투자자 손실이 제한되거나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국내 지수 위주의 ELS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50%로 완화한다. 원화 유동성 비율도 내실화한다. 유동성 비율은 잔존만기가 3개월 이내인 부채 중 즉시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로 그간 ELS는 조기 상환(3~6개월)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데도 이와 무관하게 통상 3년에 이르는 최종 만기를 기준으로 잔존 만기를 산정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종 만기가 아닌 조기상환 시점을 기준으로 유동 부채를 산정하기로 했다.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ELS가 리스크가 되지 않도록 헤지자산 분산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은 자체 헤지 규모의 10~20%를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외화현금, 미국 국공채 등 외화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파생결합증권의 헤지자산으로 채권을 편입할 경우 여전채는 헤지자산의 10%까지만 편입할 수 있다. 파생결합증권 기초자산과 헤지자산의 통화 미스매치, 여전채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대형사 무분별한 발행에…‘국민 재테크’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파생결합증권은 주가 등 기초 지수 등락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이 중 대표 상품인 ELS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지난 5~6년간 예금 대안 상품으로 인식돼왔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ELS 투자자 중 개인투자자는 86.3%로 상당수는 은행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평범한 이들의 ‘국민 재테크’인 ELS가 금융시장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지난 3월이다. 증권사는 ELS 운용을 위해 10~20%가량을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옵션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공채·회사채·여전채 등 채권으로 상품을 구성한다. 기초자산 지수가 오를 때 선물 옵션을 매도하고 지수가 떨어지면 채권을 파는 방식이다. 3월 유로스톡스50 등 증시가 폭락하며 선물 옵션에 투자하면서 납부해야 하는 증거금이 일시에 부족해졌고 이로 인해 일부 증권사는 ‘흑자 도산’ 위기에 처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건전화 방안에서 증권사의 외화 유동성을 거듭 강조한 이유다.
◇“주요 수입원인데” 중소형사는 ‘울상’=하지만 정작 규제 당사자인 증권사의 시선은 엇갈린다. 2010년 이후 급증한 파생결합증권의 발행규모는 4월 말 기준 108조6,000억원으로 증권사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조기 상환이 원활하게 발생할 경우 발행 후 수수료 수입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건전화 방안으로 발행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의 불만이 크다. 국내의 한 중형 증권사 ELS 담당 관계자는 “대형사는 자기자본이 크지만 중소형사는 사실상 추가 발행을 하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마진콜 사태는 대형사에서 발생했는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형사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위는 “규정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사항은 8월 중 업계 지도를 통해 즉시 시행하고 규정 개정은 연내 완료하되 건전성·유동성 규제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항은 시장 상황을 보며 유예기간 및 시행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