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의 ‘현직 검사들 간 몸싸움’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집단으로 착란에 빠진 것”이라고 정 부장검사를 향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진 전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진웅은 왜 자해공갈을 하려 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진 전 교수는 세계 2차대전 무렵 아리안 인종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과학적 실험을 진행한 나치의 ‘아리안 인종’ 신화(mythos)를 ‘검언유착’ 수사에 비유하면서 “이 사건도 애초에 ‘검언유착’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했다”고 상황을 짚은 뒤 “수사 자체가 애초에 증거에 따라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음모론 시나리오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검찰 내에서 ‘신주류’로 떠오른 순천고 일진들 역시 나치 과학자들처럼 존재하지 않는 증거를 만들어 오라는 ‘미션 임파서블’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쏘아붙이면서 “그래서 무리를 하는 것”이라고도 적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지난 29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한 검사장과 정 부장검사의 ‘육탄전’ 역시 이같은 맥락의 연장선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진웅을 보세요. 플라잉 어택까지 하며 스마트폰을 빼앗으려 한다”면서 “그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는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진 전 교수는 “집단으로 착란에 빠진 것”이라며 “ ‘아리안 인종은 우월하다’는 결론의 증거를 찾아 나선 나치 과학자들처럼, ‘공모는 존재했다’는 확신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증거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진 전 교수는 그러면서 “폭행은 이루어졌고, 그 폭행은 정진웅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그 폭행의 근거는 압수수색을 지휘하는 검사의 권한. 고로 독직폭행이 맞다”고 말했다.
앞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29일 이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 검사장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간 육탄전’이 발생한 가운데 한 검사장과 정 부장검사 양측은 모두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취지의 엇갈린 주장을 내놓으면서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한 검사장의 독직폭행 주장에 정 부장검사가 반박 입장을 내자, 한 검사장 측에서 다시 재반박 입장을 내고 해당 사건이 고소전으로까지 번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전 세계에 이런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반응까지 나온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날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정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거나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거나, 밀어 넘어뜨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 마지막 한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는데)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면 압수하려는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 긴급히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면서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휴대폰을 직접 압수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검사장은 앉은 채로 휴대폰 쥔 손을 반대편으로 뻗으면서 휴대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고, 제가 한동훈 검사장 쪽으로 팔을 뻗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으면서 저와 한동훈 검사장이 함께 소파와 탁자 사이의 바닥으로 넘어졌다”며 “한 검사장은 넘어진 상태에서도 휴대폰을 움켜쥐고 주지 않으려고 완강히 거부해 실랑이를 벌이다 휴대폰을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검사장과의 실랑이 과정에서 신체적 문제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동훈 검사장의 변호인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 긴장이 풀리면서 팔과 다리의 통증 및 전신근육통 증상을 느껴 인근 정형외과를 찾아갔고, 의사가 혈압이 급상승해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전원 조치를 하여 현재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상태”라며 “(한 검사장의 독직폭행 주장은)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하여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검사장의 주장은 달랐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의 입장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즉시 반론을 제기하고 “압수수색을 방해한 사실이 전혀 없고, 압수수색을 거부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 측은 “압수수색 대상물은, 중앙지검도 밝혔듯이 휴대폰이 아니라 유심(Usim) 칩”이라며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에 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미 유심칩이 끼워져 있는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상태였다. 순순히 유심칩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유심칩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은 변호인 참여권 행사를 위해) 정진웅 부장에게 ‘변호인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으니, 본인 휴대폰을 사용해 변호인에게 전화해도 되겠는지’ 문의했고, 정진웅 부장은 한 검사장에게 ‘본인의 휴대폰을 이용하여 변호인에게 직접 연락하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했다”며 “한 검사장은 정진웅 부장, 장태형 검사가 보는 앞에서(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양쪽 소파에 앉아 있는 상황), 잠금해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 측에 따르면 정 부장검사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던 한 검사장에게 갑자기 언성을 높이면서 테이블을 넘어와 몸을 잡고 밀면서 바닥에 넘어뜨리고, 팔로 얼굴을 누른 뒤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의 이유에 대해서는 ‘잠금해제를, 페이스 아이디로 열어야지,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 검사장님 페이스 아이디 쓰는 것 다 안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 측은 “정진웅 부장이 ‘페이스 아이디 쓰는 것 다 안다, 페이스 아이디로 왜 안하고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고 하면서 같은 주장을 반복해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에 참여한 실무자들에게 ‘폰을 봐라, 잠금해제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되어 있지 않느냐’고 했고, 실무자들도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상태임을 확인했다”며 “(당시의 모든 상황이) 녹화돼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에 폭행 혐의로 고소한 뒤 진정 형태의 감찰요청서를 접수한 상태고, 정 부장검사도 이르면 이날 한 검사장을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검사장은 같은 날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 부장검사로부터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후 낸 입장문을 통해 “중앙지검 형사1부장 정진웅 검사로부터 법무연수원 압수수색 절차 과정에서, 일방적인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이라고 밝혔다.
한 검사장의 입장문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경기도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법무연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에게 법에 보장된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하면서 김종필 변호인에게 전화를 해도 되는지 물었다.
한 검사장 측은 “정진웅 부장은 한 검사장에게 바로 사용을 허락했다. 그런데, 한 검사장이 휴대폰으로 변호인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비번을 풀려 하자,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진웅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동훈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정진웅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며 “이 상황에 대해 장태영 검사, 참여 직원, 법무연수원 직원 등 목격자 다수 있고, 이후 항의 과정에서 이 상황을 인정하는 정진웅 부장의 태도가 녹화돼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은 오늘 오전 한동훈 검사장을 소환조사하고 압수된 휴대폰 유심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한동훈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오늘 오전 10시30분경 현장 집행에 착수했다”며 “그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하여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입장을 반박했다.
이에 한 검사장의 변호인인 김종필 변호사는 “중앙지검의 입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 검사장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참여 검사와 수사관, 직원들이 목격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