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코로나 묻었을라"…세탁기·전자레인지 돌려 2.7조원 훼손

코로나 공포에 고액권 '수난시대'

"소독하겠다"며 전자레인지 넣기도

타들어가거나 찢긴 지폐 수두룩

전자레인지 작동으로 훼손된 은행권 /사진제공=한은전자레인지 작동으로 훼손된 은행권 /사진제공=한은



안산에 사는 엄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걱정된 나머지 부의금으로 들어온 돈을 세탁기에 잔뜩 넣고 빨았다. 물에 젖은 지폐는 갈기갈기 찢어졌고 엄씨는 망가진 돈 2,292만5,000원을 새 지폐로 바꿨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모씨도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소독을 하겠다며 보관 중인 지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지폐에는 위·변조 방지를 위한 홀로그램 등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마이크로파와 닿으면 불이 난다. 김씨 역시 불 타버린 은행권 524만5,000원을 교환했다.


코로나19로 5만원권과 1만원권 등 고액권이 고통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폐기한 손상화폐가 3억4,570만장으로 지난해 상반기(3억4,520만장)보다 50만장(0.1%) 늘었다고 30일 밝혔다. 증가량은 크지 않지만, 금액기준으로 보면 2조2,724억원에서 2조6,923억원으로 4,199억원(18.4%)나 늘었다. 고액권 위주로 화폐 손상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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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사용으로 훼손된 은행권 /사진제공=한은세탁기 사용으로 훼손된 은행권 /사진제공=한은


올해 5만원권 폐기량은 550만장으로 2018년 상반기(470만장)와 지난해 상반기(540만장)보다 늘었다. 1만원권 폐기량도 2018년 상반기 1억5,810만장, 2019년 상반기 1억7,830만장에서 올해 상반기 2억2,660만장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5,000원권과 1,000원권 폐기량은 지난해 대비 줄었다.

한은은 화재 등으로 은행권 일부 또는 전부가 훼손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새 지폐로 바꿔주고 있다.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5분의 2 이상부터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을 새 돈으로 교환한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지폐를 소독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지난해보다 손상화폐가 늘었다”며 “소액권보다 고액권을 보관하고 관리하려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주로 고액권이 손상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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