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여당의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른바 임대차 3법)과 관련해 발언한 ‘국회 본회의 레전드 영상’이 화제다. 윤 의원은 이미 소멸의 길로 들어선 전세 제도가 이번 임대차 3법을 통해 더욱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30일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윤 의원은 본회의 단상에 올라가 “오늘 표결된 주택임대차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나왔다”고 입을 연 뒤 “저는 임차인”이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5월 이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지만,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 시장의 생태계에 대해 설명했다. 윤 의원은 “임대 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면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한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부가 부담을 해야 한다”며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인 전세 제도를 둔 우리나라의 임대 시장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윤 의원은 “(과거)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그리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집 마련으로 활용했다”며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전세를 선호하지만,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며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됐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문제(전세 제도의 소멸)가 나타났을 때 (여당 의원들은)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느냐.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 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 대비 30% 올랐다. 1990년은 전년 대비 25% 올랐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어놨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된다”고 맹폭했다.
윤 의원은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며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이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소한의 문제를 점검하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는 것”이라며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 것이냐.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드느냐”고 물으며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은 윤 의원의 발언에 의석에는 박수가 쏟아졌고, 황보승희 통합당 의원은 “윤 의원님 5분 발언 전율이 느껴진다”고 극찬했다.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 네티즌들은 “저도 임차인이지만 이번 법안에 기겁을 했다. 사이다 발언이었다”, “정말로 공감이 된다. 부들부들 손을 떠는 모습이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런 분이 국토부 장관을 해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며 윤 의원을 응원했다.
한편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KDI(한국개발연구원) 재정복지정책연구부 부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4·15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 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당 비대위 산하 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과 21대 국회 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