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거주를 4년간 보장하고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1일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현장이 대혼란이다. 집주인은 분노하고 있고, 세입자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얼마나 전세가가 더 오를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임대차 3법’ 추진 소식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던 집주인들은 생각지 못한 빠른 속도로 입법이 완료되자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부동산 카페에는 ‘세입자 내쫓기’ 방안이 회자 되고 있을 정도다.
강남구 개포동 L 공인 관계자는 “설마 설마했는데 다들 이렇게 법이 빨리 처리될 줄은 몰랐다.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멘붕’(멘탈 붕괴·정신적 공황)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 사이에서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고 고덕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임대인들 문의전화가 많이 들어온다. 내용증명을 보내야 하는지, 새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지 등 여러 방법을 생각하는 거 같다. 그런 말도 오고 가기도 한다”며 “지금 전세 매물이 씨기 말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상황이다. 아마 휴가철 지나고 나서 좀 새로운 판도가 열릴 거 같다”고 말했다. 세입자도 좌불안석이다. 집주인이 언제 전화를 걸어올지 몰라서다. 잠실 M 공인 관계자는 “주인이 들어가는 거 외에는 사실 세입자를 내보낼 방법이 없는 거 아니냐. 세입자들이 전화 자체를 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를 앞둔 단지 집주인들은 임대차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시영을 재건축하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의 경우 9월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임대차법 통과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며 전세 내놓는 걸 더 두고 보겠다는 집주인들이 생기고 있다”며 “전세 물량도 얼마 없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대출도 잘 안 되고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전셋값 폭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전세가가 또 한 차례 폭등할 것”이라며 “선의의 규제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