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권력기관 개편안은 단일 규모의 최대 중앙행정기관(약 12만명)인 거대 경찰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경찰조직 내에 신설될 국가수사본부가 수사를 전담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권력이나 경찰 수뇌부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과거의 ‘정치검찰’ 못지않은 ‘정치경찰’의 폐해가 불 보듯 뻔하다. 경찰 수장인 경찰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행정안전부가 경찰 사무를 지휘·감독하게 돼 있으나 행안부 장관도 대체로 여권 인사가 맡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경찰청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자리가 돼왔다. 결국 대통령만 경찰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지켜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지 않으면 결국 경찰은 여권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경찰위원회를 외부의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한 뒤 경찰 인사와 정책을 통제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찰위원회 위상 강화에도 한계가 많다. 따라서 권력기관 권한 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 권력비리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을 견제하려는 의도부터 접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권력기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