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공룡경찰' 중립성 잃으면 권력기관 개혁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30일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을 대폭 조정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에 따르면 검사의 1차 직접수사 개시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 등 6대 범죄로 축소된다. 공직자 수사의 경우도 5급 이하는 경찰이, 3급 이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게 돼 검찰은 사실상 4급만 수사하게 된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폐지된다. 검찰과 국정원의 축소된 권한은 경찰로 이관된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개시 및 종결권을 갖게 된다. 경찰이 수사·정보·보안업무를 총망라하는 ‘공룡 수사기관’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번 권력기관 개편안은 단일 규모의 최대 중앙행정기관(약 12만명)인 거대 경찰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경찰조직 내에 신설될 국가수사본부가 수사를 전담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권력이나 경찰 수뇌부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과거의 ‘정치검찰’ 못지않은 ‘정치경찰’의 폐해가 불 보듯 뻔하다. 경찰 수장인 경찰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행정안전부가 경찰 사무를 지휘·감독하게 돼 있으나 행안부 장관도 대체로 여권 인사가 맡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경찰청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자리가 돼왔다. 결국 대통령만 경찰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지켜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지 않으면 결국 경찰은 여권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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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경찰위원회를 외부의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한 뒤 경찰 인사와 정책을 통제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찰위원회 위상 강화에도 한계가 많다. 따라서 권력기관 권한 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 권력비리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을 견제하려는 의도부터 접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권력기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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