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한국경제도 다시한번 휘청일 전망이다. 반도체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수요’ 확대로 반사이익을 누린 대표 사업군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성장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제 전체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DDR4 32GB 기준)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달 134.0달러를 기록해 직전월 대비 6.4% 하락했다. 서버용 D램 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서버용 D램 가격은 지난해 말 최근 몇년새 가장 낮은 1개당 106.0달러를 기록한 후 1월(109.0달러), 2월(115.5달러), 3월(121.3달러), 4월(143.1달러)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올 4월부터는 1개당 가격 143.1달러를 석달간 유지하며 국내 D램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가격이 꺾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PC용 D램(DDR4 8Gb 기준) 가격 또한 지난 7월 1개당 3.13달러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5.4% 하락했다. PC용 D램 가격은 지난 연말 최근 몇년새 최저인 1개당 2.81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한 바 있다.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가격은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만에 하락했다. 낸드 가격은 지난달 4.39달러로 전월 대비 6.2% 하락했다. 서버에 탑재되는 낸드 제품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익도 하락할 전망이다.
물론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이 같은 가격 추이 덕분에 올 상반기 이익이 반등하는 등 어느정도 호황을 누렸다. 글로벌 1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005930)는 올 2·4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5조4,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직전분기 3조9,900억원 대비 실적이 껑충 뛰었다. SK하이닉스(000660) 또한 올 2·4분기에 1조9,4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직전분기 8,003억원 대비 영업이익이 143% 상승했다.
반면 올 하반기부터는 D램 가격 하락에 따라 실적 하락이 우려된다. 메리츠증권 등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서버용 D램 가격 하락 원인은 D램 제조사들이 모바일향 D램 공급은 줄이고 서버용 D램 공급을 늘리며 시장 전체적으로 ‘공급과잉’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 수급 차질을 우려한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클라우드 업체들이 반도체 구입을 늘려 재고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반면 클라우드 업체들은 경기 하락이 향후 수요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올 하반기 서버 구축을 시장 전망치 대비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서버용 D램 가격 하락세를 부추겼다. 인텔의 서버용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계획이 계속 늦춰지는 것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악재다.
PC용 D램은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으나 올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구도가 전개되며 가격이 떨어졌다. PC 제조업체들은 향후 D램 가격 하락에 베팅하며 재고를 줄이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더 높아 서버용 D램 가격 하락폭이 PC용 D램 대비 더욱 클 전망이다.
낸드 가격은 TV 등 일부 시장의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전반적 수요 하락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SLC 낸드 제품 수요가 줄고 있으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서버 및 PC 수요 급증 추세가 최근 둔화되면서 전반적인 D램 시장은 공급과잉 국면에 진입했다고 본다”며 “D램 고정거래가는 올 3·4분기에도 꾸준히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상황 때문에 D램 제조사들이 향후 고정거래가 협상 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서버와 PC용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5G용 스마트폰 판매 확대 등 모바일 시장 반등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가 모두 손실을 보고 있는 낸드플래시 부문 또한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며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