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김용범 "디플레 충격 장기화 우려에 美 국채금리 하락"

달러약세 일시적 여부는 몇 달 지켜봐야

미국 코로나19 급증은 "성급한 봉쇄조치 완화가 패착"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대규모 재정적자로 미국 국채발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도 국채금리가 오르기는커녕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디플레이션 충격이 생각보다 강하고 오래갈 것 같다는 우려가 시장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팬데믹 시대 달러의 미래’ 글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번진 올 3월 처음 1% 벽이 깨진 후 7월말에 0.54%를 기록해 미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마이너스 국채 금리를 기록한 유럽과 일본에 비해 미국은 10년물 국채금리가 한 번도 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면서 “성장판이 닫힌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년 2% 이상 성장을 지속해 온 미국 경제의 역동성이 높은 국채금리의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도 계속 오른다는 기대가 있을 경우 만기가 긴 국채금리는 올라간다. 저성장·저물가 우려가 확산할 때는 그 반대의 상황이 나타난다.


김 차관은 최근 달러약세 현상에 대해서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본격적인 장기하락추세의 시작일지는 몇 달 더 지켜봐야한다”고 밝혔다. 달러는 역사적으로 대개 7~8년 주기로 장기 상승과 하락 싸이클을 보였는데 가장 최근의 고점은 17년 3월이었다. 올 7월 달러가치는 4.4퍼센트 하락하며 월별 기준으로 2010년 9월이래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 미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연준이 추가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약세의 경제적 배경”이라며 “유로화 강세 전환에 따른 기술적 하락요인도 일부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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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체제의 중심국가인 미국의 코로나19 혼란이 길어질수록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로 김 차관은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그는 “성급한 봉쇄조치 완화가 패착으로 지적된다”고 분석했다. 2차 확산이 집중된 서부(캘리포니아, 아리조나)와 남부(텍사스, 플로리다 등) 주는 사태가 진정되기 전인 5월 초에 봉쇄조치를 해제했고 6월이후 확산세가 증가했다. 반면 1차 확산의 중심지였던 북동부주는 6월하순 이후에야 본격적인 봉쇄조치 완화에 나섰고 재확산 위험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다음으로 마스크 착용을 기피하는 문화, 공공의료보장 체제의 허점을 지적했다. 김 차관은 “미국에서는 65세 미만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 확대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15개주에서 재확산세가 심화됐다”면서 “사적 의료보험에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불리한 미국식 고비용 의료체계의 단점이 팬데믹 국면에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공의료보장 수준과 코로나 확진자 수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차관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온에 약하다는 주장은 아쉽게도 들어맞지 않았고, 공교롭게 최근에 미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지역이 날씨가 더운 곳”이라며 “날씨가 추워지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얻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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