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미중 분쟁도 그 이후도, 관건은 국가경쟁력

■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中, 금융위기 발판삼아 G2 도약

美, 코로나 사태로 민낯 여실히

각국 초연결로 패권 장악 쉽잖아

독자적 핵심경쟁력에 미래 달려

정영록 서울대 교수정영록 서울대 교수



급기야 미중 양국의 총영사관이 하나씩 폐쇄됐다. 링에 올라선 권투선수들이 눈을 부릅뜨고 금방이라도 한 대 날릴 기세다. 일반인은 물론 미디어도 선공을 날려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수에 초미의 관심을 보인다. 난사군도 폭격 가능성까지 나왔다. 대선을 연기할 수 있다는 속내를 비쳤다. 중국 압박의 1차적 목표가 트럼프 재선에 있다는 수를 읽히고 말았다. 미국의 이익과 트럼프의 이익이 꼭 합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건 완전히 쇼일 수도 있어!

중국이 현재의 위상에 오른 것은 개혁개방의 자체 의지와 노력이 제일 컸다. 미국의 결정적 실수도 한몫했다. 한 가족의 흥망성쇠가 평균 3세대 100년 전후인 것처럼 세계 패권도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연결된다. 길어야 3개의 100년인 것 같다. 지난 2008년 미국의 리먼 쇼크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는 중국이 ‘제이 커브(J-curve)’로 급속히 정상화하는 기폭제가 된다. 한창 고도성장에 물이 오른 중국은 세계 성장을 견인하게 된다. 다국적 기업들이 전통산업에서 상당량의 기술을 중국인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줬다. 중국의 세계 성장 기여율이 20%를 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주요2개국(G2)이 됐다. 세계 최대 교역국 등극, 달러 패권의 약세와 비트코인 등장 등이 이어졌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미국이 정말 중국을 압박하려 했다면 2008년 전후여야 했다. 2008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4조3,000억달러, 중국은 4조4,000억달러(미국의 31%)였다. 당시 미국은 중국 붐의 최대 수혜자였다. 주력 수출품이던 항공기·농산물 등을 소화하는 데 중국만 한 시장이 없었다. 중산층의 일상생활에 불가결한 염가의 생필품 조달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뿔싸, 금융 강국의 상징이던 투자회사 리먼의 파산이라는 엄청난 실수를 범하고 만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국력이 3~4배는 돼야 하는 것 같다. 2019년 GDP는 미국이 21조8,000억달러, 중국은 15조6,000억달러(미국의 72%)가 돼버렸다. 군사적으로도 핵이라는 치명적인 살(殺)지구무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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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국가 형성 과정에서 패권은 정보망 및 해운교통 독점(네덜란드), 산업기술력 독점(영국), 금융 독점(미국) 등 핵심경쟁력의 독점이 기반이 됐다. 지금은 이러한 독점이 깨지고 보편화됐다. 종합국력이 엇비슷한 국가끼리의 확실한 패권 이전은 훨씬 어려워 보인다. 미국과 구소련의 경쟁이 그랬다. 현상 유지에 언저리에서만 무력충돌이 있었다. 최근 중국의 관변학자가 중국이 곤궁에 처했는데 도와주는 나라가 없다는 한탄을 토해냈다. 많은 국가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선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의료체계의 부실, 중산층의 불만 노출, 인종갈등의 재연 등이 있다. 2·4분기 성장률도 -33%였다. 실망스럽다. 샤이 반미국가가 엄연히 있을 것이다.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본다면 현재의 세계적 혼란은 국민국가 완성 이후, 국경 없는 지구촌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일 수 있다. 혹자는 지역적으로 유라시아대륙 대 신세계(북미 및 남미)의 2극으로 분리되는 가설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25%의 경제력 지분으로 전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도 없다. 그만큼 인류는 충분히 초국경의 연결사회에 익숙해져 있다. 코로나19 사태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결국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이나 독자적인 핵심경쟁력의 보유가 관건이다. 그 혹독한 냉전체제하에서 적대국 간이라도 암암리에 교역은 이뤄졌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압박을 하면서도 필요한 핵심물품은 꾸준히 수입해갔다. 이럴수록 사람과 기업의 경쟁력 극대화에 매진해야 할 때다. “힐러리보다 트럼프가 상대하기가 쉽지 않겠어?” 4년 전 중국 친구의 반응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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