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법원 판결 아닌 정치·외교적 해법 찾아야

[日기업 자산압류 4일 시작]

PNR 외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상

자산매각 절차 집행 시작 앞두고

日 '금융제재·관세인상' 카드 검토

소강상태 양국갈등 재확산 가능성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를 놓고 한일 간 강(强) 대 강 대결국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극한대립을 피하고 정치·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양국이 이 문제로 감정대립을 벌이고 통상마찰로까지 확대될 경우 쌍방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합의체의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확정판결 이후 강제징용 기업의 배상을 둘러싸고 한일관계가 급랭했다. 지난해에는 결국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라는 맞대응이 이어지며 한일 양국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양국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법원의 강제징용 기업에 대한 자산압류 절차 공식화로 갈등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일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우리가 현금화를 위해 공시송달 다음 조치로 일본 기업을 불러 물건과 주식에 대해 평가하는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기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 배상은 PNR 외에 미쓰비시중공업·후지코시강재·대성나찌유압공업 등 여러 건이다. 이들 기업의 압류 대상 자산 총액은 올해 초를 기준으로 50억여원 수준이지만 건건이 한일 양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폭탄들이다. 만일 이들 기업에 대한 자산압류 및 매각 결정이 이뤄질 경우 양국관계 악화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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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산매각 및 현금화에 대비해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 발급 제한 △금융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면 일본 정부는 대항조처를 취할 방침이라며 관세 인상이나 송금 중단 등 복수의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법원 판결이 아니라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국내의 사법적 절차로 들어가며 외교적 협상 공간이 좁아졌고 갈수록 한일관계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이 최악의 관계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협상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가운데 지난해 11월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만든 ‘문희상안’을 내기도 했으나 소송 원고 대리인단이 이에 반대하면서 실패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재야에서 변호사·시민단체·학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공동협의체안’을 내놓았지만 일본이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4일 0시에 발효되는 PNR 주식 8만1,075주에 대한 압류결정 공시송달 기한은 PNR이 2018년 대법원에 제기한 재상고에서 원심 확정으로 패소했지만 배상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낸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PNR이 각 1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들은 1941~1943년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돼 노역에 시달렸지만 임금을 받지 못했다.

손구민·박우인·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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