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동영상 앱 틱톡에 대한 퇴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다른 중국 소프트웨어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틱톡 인수에 동의하며 한발 물러선 만큼 틱톡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화웨이에서 틱톡으로 번진 불길이 중국 최대 메신저 앱 위챗 등 다른 중국 기업으로 옮아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위기에 몰린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본사를 영국으로 이전할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의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 출연해 “틱톡이든 위챗이든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이런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이들은) 그들의 국가안보기구인 중국 공산당에 바로 데이터를 공급하는데 얼굴인식 패턴이나 주거지, 전화번호, 관련된 친구들에 대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히 이야기했고 우리는 그것을 고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내로 중국 공산당과 연결된 소프트웨어가 야기하는 광범위한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해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발언이 더 넓은 범위의 중국 테크기업에 대한 추가 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틱톡에서 끝나지 않고 위챗을 포함해 여타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도 제재가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미 지난달 틱톡과 위챗이 중국 공산당에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낸다면서 이 데이터가 정보전은 물론 협박과 강탈에도 이용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에도 세계 최대 동성애자 데이팅 앱 ‘그라인더’의 소유권을 중국 기업인 쿤룬테크가 갖고 있다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지분을 매각하라고 명령했고 결국 쿤룬테크는 지난 3월 투자자그룹에 지분을 팔았다.
다만 MS의 틱톡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협상에 동의한 만큼 틱톡을 둘러싼 논의는 진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MS는 공식 블로그 성명을 통해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했다면서 “(MS는) 완전한 보안 검토를 거쳐 틱톡을 인수할 것이며 재무부를 포함한 미국에 적절한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MS는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기대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오는 9월15일 이전까지는 바이트댄스와의 대화를 마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틱톡 인수협상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감독하에 이뤄지며 CFIUS가 양측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저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 시한을 45일 이내로 지정해 9월15일까지로 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틱톡의 미국 내 사용금지 방침을 45일간 늦추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바이트댄스는 본사를 중국 베이징에서 영국 런던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영국 매체 더선을 인용해 보도했다. 더선은 이 같은 바이트댄스의 대응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의 틱톡 제재를 21세기 하이테크 경쟁 분야에서 가장 추악한 ‘미드(미국 드라마)’라고 맹비난했다. 3일 인민일보 국영문 자매지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틱톡을 포위해 사냥하는 것은 가장 추악한 미드 중 하나’라는 제하의 공동사설에서 “미국 하이테크 정보산업 패권에 대한 화웨이와 틱톡의 도전이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것이 국가안보라면 미국의 국가안보는 패권과 똑같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틱톡을 애용하는 미국 청소년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한다면서 “미국 대선에 앞서 틱톡을 금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에 매우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