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폭력사태를 종식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존 흄 전 북아일랜드 사회민주노동당(SDLP) 전 대표가 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3세.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흄 전 대표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그가 고향인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의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흄 전 대표는 지난 2001년 건강 악화로 SDLP 대표직을 사임한 후 치매를 앓아 최근까지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흄 전 대표는 30년 간 3,6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아일랜드의 폭력 사태를 매듭지은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이 협정은 1998년 4월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버티 아언 아일랜드 총리의 중재로 북아일랜드 신·구교도 정파 사이에 체결된 평화 협정이다. 협정 타결로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주장해 온 구교계와 영국 잔류를 고수해 온 신교계 간 30년 넘게 이어진 유혈분쟁이 종결됐다.
흄 전 대표는 이 같은 공로로 1998년 북아일랜드의 자치정부 수반이자 얼스터연합당(UUP)의 대표인 데이비드 트림블과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2001년 간디 평화상을, 2005년엔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받았다. 2010년 아일랜드 방송 RTE의 여론조사에서 ‘아일랜드의 가장 위대한 인물’에 꼽히기도 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정치지도자들은 흄 전 대표 별세 소식에 앞장서 애도를 표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존 흄은 정치적 거인으로 미래가 과거와 똑같을 것이라는 믿음을 거부한 선지자”라며 “북아일랜드 평화에 대한 그의 공헌은 대단한 일로 계속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콜룸 이스트우드 SDLP 대표는 “존 흄의 죽음은 20세기 아일랜드의 가장 위대한 정치적 인물을 잃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