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저축은행 사태’ 당시 파산한 솔로몬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안진회계법인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에서 당시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에 대해 일부 재무제표 오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통상적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솔로몬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지난 2009~2010년 발행한 후순위채에 투자한 190명은 금감원, 안진, 솔로몬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을 맡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등에 대해 총액 약 59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당시 솔로몬저축은행이 회수가 어려운 대출채권을 정상 채권으로 분류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하는 등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했는데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안진은 솔로몬저축은행에 감사의견 ‘적정’을 내린 바 있다.
1심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투자자들이 솔로몬저축은행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을 신고하고 그에 따른 후속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소송을 냈을 뿐 아니라 관련 증거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다. 2심은 예보와 안진에 대해서만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안진에 대해 “솔로몬저축은행의 재무제표에 대손충당금이 실제보다 적게 잡혔다는 걸 인지하고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감사의견 ‘적정’을 냈다”며 “자본시장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예보의 손해배상 책임만 최종 확정했을 뿐 안진에는 책임이 없다고 봤다. 회계법인이 합리적 결론을 내기 위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의무가 있지만 부정과 오류를 예방하고 적발할 책임은 회사 내부감시기구와 경영자에 있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회계감사기준 등에 따른 통상적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사후 재무제표에서 일부 부정과 오류가 밝혀졌다 해도 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