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진주로 불리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가 폭발 참사로 마비됐다.
베이루트에서 직접 폭발 상황을 눈과 귀로 접한 시민들은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원자폭탄 폭발 수준이었다고 참사를 요약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만 최소 78명, 부상자는 4,000여명에 달해 추가 사망자 규모도 짐작이 힘든 상황이다.
"평화로운 퇴근길에 일어난 두차례의 폭발음이 시작이었다" |
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항구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 연기에 뒤덮였다. 다른 각도에서는 분홍빛의 연기가 관측되기도 했다.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흰 구름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상승기류를 타고 버섯 모양으로 하늘로 치솟았고, 검은 연기는 이웃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번졌다.
마르완 아부드 베이루트 시장은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폭발 같았다.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스카이뉴스 아라비아 채널과 생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요르단 지진관측소는 규모 4.5의 지진과 맞먹는 충격이라고 추정했다.
최소 78명 숨지고, 4000여명 부상... '애도의 날' 선포 |
레바논 보건부는 초기 집계에서 최소 50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최대 3천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갈수록 사상자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78명이 숨지고 약 4천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최소 60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희생자가 빠르게 늘어날 수도 있다.
언제든 위험물질 되는 질산암모늄, 6년간 방치 |
디아브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질산과 암모니아가 반응하여 생성되는 염으로, 일반 공기 중에서는 안정적인 물질이지만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원료로도 사용된다. 언제든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이 6년 가까이 방치됐다는 게 의문점이다.
지난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폭발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많게는 2,000~3,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폭탄에 의해 발생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것은 공장 폭발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들(장성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들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폭탄이었다”고 말했다.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 특별재판소의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는 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친서방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는 2005년 2월 14일 베이루트의 지중해변 도로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트럭 폭탄테러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