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비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고차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침수차량은 외관상 사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매매 과정에서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침수차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소비자로선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차량 침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를 통해서다.
보험개발원은 침수차량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카히스토리에서 무료로 침수차량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6일 밝혔다.
카히스토리는 자동차보험 사고자료를 토대로 사고이력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카히스토리 사이트에 접속해 무료침수차량 조회 서비스를 클릭하고 차량번호 혹은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침수차량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카히스토리에서는 침수여부 외에도 주행거리 정보나 파손부위 정보 등 차량 이력을 상세하게 조회할 수 있다.
침수차량으로 확인된다면 동일 등급 차량 대비 저렴하더라도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자장비가 많은 요즘 차량은 장마철 폭우로 인해 침수될 경우 차량 부품의 부식으로 안전상의 문제가 지속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히스토리에서 침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보험회사에 사고발생 사실이 신고되지 않았거나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다. 따라서 카히스토리에서 침수 차량으로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장마철 이후에 중고차를 구입한다면 에어콘(히터) 작동시 곰팡이·녹·진흙으로 인한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지, 안전벨트와 같은 차량 내 부품에 진흙이 묻어 있거나 부식의 흔적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보통 전문가들은 장마철 직후 중고차 구입을 권하지 않는다. 사고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국내 빅4 손보사에 최근 한 달간 차량침수 등으로 접수된 사고건수가 3,000건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는 비 피해규모가 예년대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개발원이 카히스토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침수로 인한 차량 피해건수는 1,028건으로 전손 처리된 차량은 760대, 부분손해도 268건에 달했다. 특히 6~10월 집중호우 시기에는 연간 침수피해의 90%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 피해를 입은 운전자라면 자동차보험으로 수리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보통 자기차량손해담보를 특약으로 가입했다면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침수 피해 보상이 가능한 경우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가 침수 피해를 당한 경우, 태풍, 홍수 등으로 인해 차량이 파손된 경우 등이 해당된다.
다만 보험 가입 시 ‘차량단독사고 보상 제외’ 항목을 택했다면 면책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 운전자가 창문이나 문, 선루프 등을 열어둔 상태에서 침수된 경우, 운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운전자 과실로 보고 일부만 보상하거나 전액 보상하지 않는다.
손보사가 지급하는 보상금은 자동차가 침수되기 전 상태로 원상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한정되는데 특히 가입 시 보상한도를 정했다면 보상한도 이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한다.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나 수리비가 차량가를 넘는 경우에는 침수 피해 당시 차량 가액을 전손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차량 침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실무적으로 차량 내 콘솔박스가 잠긴 경우 침수로 판단한다.
차량 침수 피해를 막으려면 호우 경보가 발령된 때는 침수 예상 지역을 피해 주차하고, 운행 중 도로에 물이 차오른다면 기어를 1단이나 2단에 두고 저속(시속 10~20㎞)으로 통과해야 한다. 또 물 속에서 차가 멈췄다면 시동을 걸지 말고 즉시 피신해서 보험사에 견인 서비스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