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한 김부겸 전 의원이 “과도하게 의미 부여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 4일 전파를 탄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나와 윤 총장의 신임검사 임관식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검찰총장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 아닌가”라면서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검찰의 전횡에 대해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정상화하려고 하고 있지 않나. (윤 총장) 문제를 조금 내버려 두면 추 장관이 정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어 진행자가 “여당의 상당수 의원, 당권 도전 선언한 박주민 의원도 ‘정치하는 거냐’ 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질문을 이어가자 “그렇게 반응을 하면 할수록 윤 총장이 대단한 정치적 지도자인 것처럼 된다. 너무 과도하게 의미부여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윤 총장이 정치 생각 있다고 보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 일을 어떻게 알겠냐”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다. 대통령께서 (윤 총장에 대해) 여러 가지 판단을 하셨을 테니까 좀 더 지켜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부정부패, 권력형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법 집행 권한을 엄정히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윤 총장의 발언은 검찰이 정권 실세 등을 겨냥해 벌인 수사 과정에서 나온 정부 여당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윤 총장은 이어 “현실적·잠재적 이해당사자 모두 염두에 두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면서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이자 피해자”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두고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면서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 총장이 정권 사퇴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여권 인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