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자본가를 굴복시킨 노동자 자본?

[책꽂이]노동자 주주

데이비드 웨버 지음, 맥스미디어 펴냄




지난 2003년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에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당시 세이프웨이의 CEO였던 스티븐 버드는 무분별한 기업 쇼핑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에 손을 대려 했다. 임금 동결에 건강보험료의 노동자 부담 비율 인상, 신규 채용자 임금 삭감에 이르기까지 버드는 노조의 파업을 예상하고 미리 자신의 지분을 매각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마리 차단하는 한편 스톡옵션으로 경영진의 충성심을 매수했다. 장기화하는 파업으로 파업 비용이 임금 삭감분을 넘어서면 순순히 노조가 항복할 것이라는 셈법이었다.


결과는 그러나 대참패. 버드와 그 일당이 싸울 적은 세이프웨이 노동자뿐만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뒤엔 이들과 힘을 합친 주주, 그리고 각종 노동자 연금 등도 있었다. 파업 후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뉴욕시공무원연금 등은 버드와 이사회의 손을 꽁꽁 묶으며 반란을 일으켰다. 악덕 최고경영자(CEO)의 전형적인 숫자 놀음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경제계에서 이 파업은 노동자 자본이 힘을 모아 ‘악덕 계산법’에 철퇴를 가한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신간 ‘노동자 주주’는 이처럼 연금 기금의 주인인 노동자가 ‘주주 행동주의’를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운다. 책은 노동자들이 연금에 기반을 둔 주식 소유권을 통해 거대 기업 이사회와 월 스트리트, 은행,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세이프웨이 사례에서 봤듯 유력 투자운용역들이 노동자에 가세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저자는 “운용역들은 투자 전문가로서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주주의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주주 행동주의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 일부 단체는 연금을 해체해 주주 행동주의에 참여하려는 연금의 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 집중식 운용 형태인 확정급여형 기금을 외부에 위탁해 개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 기금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다. 그래서 노동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책의 핵심이다. 연금으로 대표되는 노동자 자본의 파워는 정작 노동자 계층에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 채 저평가되고 있다. 저자는 연금기금의 주체인 노동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노동
자들과 함께 공동의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2만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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