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오른손을 비틀면 왼손을 쓰겠다".. 꺾이지 않는 '中 반도체 굴기'[양철민의 인더스트리]

中, 자국 반도체 육성위해 세제혜택 확대

SMIC, 창신메모리 등이 혜택 볼 듯

美 제재에도 '반도체 굴기'는 계속

韓과 기술격차 크지만 안심할 수 없어

YMTC의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YMTC의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



‘반도체 굴기’를 위한 중국의 열망은 꺼지지 않는 것일까.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기위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및 대만 TSMC와 중국 화웨이간 거래 중단 등의 압박 카드를 잇따라 꺼내들고 있지만 중국 또한 대응 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가 최소 2년 이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중국이 ‘묻지마 자금 지원’ 및 ‘인재·특허 빼가기’ 등의 무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자국 반도체·소프트웨어 산업을 지원하는 새로운 정책을 최근 내놓았다. 해당 정책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5년 이상 사업을 해온 반도체 제조기업이 28나노(1나노=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공정을 적용할 경우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28나노 초과 65나노 이하 공정 적용시에는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5년간 세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세제 감면 혜택은 반도체 업체가 첫 흑자를 내는 해부터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으로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으로 분류되는 SMIC는 올해 설비투자에 43억달러를 집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술력 향상에 적극적이다. SMIC는 현재 14나노 중심의 파운드리 공정을 올해 말까지 7나노로 업그레이드해 중국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고객사 수요를 대거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MIC는 지난달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혁신판 2차 상장을 통해 9조원 가량의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창신 메모리 본사.창신 메모리 본사.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이번 정책으로 수혜를 볼 전망이다. D램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CXMT)가 연내 17나노급 D램을 양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YMTC는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올 연말께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중국 IT기업의 ‘자급자족’ 움직임 또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화웨이는 최근 주요 부품을 자국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난니완(南泥灣)’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난니완 프로젝트에는 노트북, 스마트TV, 디스플레이 사업이 포함됐으며 향후 화웨이의 대부분 주력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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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메모리가 생산한 D램창신메모리가 생산한 D램


이 같은 관측은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5월부터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반도체 생산주문을 중단했으며 다음달부터는 아예 거래를 끊는다. 대신 SMIC와 협력폭을 넓힐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 상무부의 거래제한 명단에 오른 뒤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훙멍(하모니)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의 이 같은 반도체 굴기는 1950년대 ‘대약진 운동’처럼 구호만 큰 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2014년 대비 0.6%p 증가한 15.7%에 그쳤으며 2024년 자급률 또한 20.7%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실제 매출기준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를 비롯해 램리서치 등이 미국 기업이라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장비 도입이 쉽지 않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 또한 미국업체 싸이머를 인수해 해당 기술을 취득했다는 점에서미국 당국의 허가 후 장비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문제는 자국기업 육성을 위해 반칙까지도 불사하는 중국 특유의 행보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대표 사례다. 중국은 LG화학·삼성SDI 등 글로벌 최상위 배터리 업체들의 공장을 중국 현지에 유치한 후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들의 성장을 방해했다. 이 덕분에 CATL과 BYD와 같은 중국 배터리 업체는 자국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 현재 글로벌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최근 영국 ARM의 자회사인 ARM 차이나가 중국 정부를 대상으로 “독자 경영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하는 중국의 일관된 행보와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중국은 한국 반도체 인력 빼가기를 위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으며, 중국 업체가 양산을 계획 중인 일부 메모리 반도체에 한국 기업에서 유출한 특허가 활용됐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서 최근 초미세공정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중국업체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많지 않다”며 “다만 중국이 파운드리(SMIC), 메모리반도체(칭화유니그룹·창신메모리), 팹리스(하이실리콘) 등 주요 반도체 부문에서 확실한 자급자족 생태계를 갖춰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의 한국기업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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