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064350)이 지난 6월 발행한 전환사채(CB) 조기상환에 나섰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80% 가량 비싸기 때문에 조기상환에 앞서 전환권을 행사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B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현대로템은 채권발행으로 보통주 유상증자 효과를 거둔다.
현대로템은 2,400억원 규모의 CB에 대한 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한다고 7일 밝혔다. CB는 일정 기간 이후 회사의 신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이 기간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평가 차익을 내고 주가가 내릴 경우 확정 금리만 받는 구조다.
현대로템은 지난 6월 17일 CB를 발행했는데 당시 발행조건으로 조기상환 청구권을 뒀다. 발행 한 달 이후 주가가 15거래일 연속 전환가액의 140%를 초과할 경우 조기상환에 나선다는 조건이다. 이후 주가가 1만4,000원대를 넘기며 6일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환을 받을 경우 연 3.7%의 이자만 받게 되지만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7일 종가 기준 주당 7,900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CB 발행 물량의 약 78%가 전환신청을 마친 상태다.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추가적인 주가상승도 기대된다. 현대로템은 올해 2·4분기 매출 6,566억원, 분기순이익 334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3.9% 늘었고 순이익은 흑자전환 했다. 최근 수소충전 설비사업에 진출해 모회사인 현대자동차와의 협업도 예상된다. 다만 회사 측이 조기상환을 청구한 만큼 보통주 전환을 원하는 투자자는 이달 19일까지 전환신청을 해야 한다.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CB는 채권으로 부채로 분류된다. 하지만 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부채가 자본으로 바뀌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낮아진다. 2·4분기 기준 현대로템의 자본은 1조1,024억원, 부채는 3조13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다소 높은 상황. 2,400억원에 달하는 CB 발행자금이 자본으로 편입될 경우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채권 발행으로 보통주 유상증자 효과를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CB 발행으로 주가관리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남은 CB 물량에 대한 조기상환 행사로)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 물량이 정리되기 때문에 주가 불확실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