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문찬석 광주고검장 발언과 관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난세의 간교한 검사”라고 문 고검장을 정조준했다.
임 부장검사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문 지검장이 지난 2015년 남부지검 2차장검사 시절 여검사 성추행 의혹을 받던 검사 A씨가 사직한 이유에 대해 “본인은 ‘그냥 좀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부장한테 보고 받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문찬석 선배에 대한 애정이 적지 않았는데 대놓고 거짓말을 한 걸 알고 마음을 접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임 부장검사는 “거짓말을 한 공직자의 위선이 드러나면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라 언론이 그 말을 더는 믿어주지 않을 것 같은데 계속 믿어주고 공감해주는 기사들을 보면 언론의 망각이 지나치게 빠른 것인지, 알고도 속아주는 체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한 뒤 “문 지검장에게 이런저런 소회를 물어볼 기자분들이 있으시면 김모 부장, 진모 검사의 성폭력을 어떻게 덮을 수 있는지, 왜 당신은 2015년 5월 공연히 국민을 속였는지…꼭 좀 물어봐 달라”고도 썼다.
임 부장검사는 이어 문 지검장이 조직을 떠나기 전 추 장관의 검찰 인사를 비판하며 올린 글에 대해서는 “대선 때마다 검찰개혁이 공약이었던 나라에서, 그 시절 잘 나갔던 간부들이 검찰의 조직적 범죄와 잘못에 가담하지 않았을 리 있나”라면서 “방관하고 침묵한 죄, 막지 못한 죄에서 자유로운 검사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 부장검사는 문 지검장의 신뢰성을 지적하면서 “20년 동안 검찰에 근무하면서 ‘저 사람, 검사장 달겠구나’라는 확신을 한 검사는 딱 3명이었다. 문찬석, 한동훈, 이원석 선배”라면서 “한나라 말 최고의 인물평가자로 꼽히는 허자강이 조조를 두고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는 평을 했는데, 그 선배들은 ‘치세의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의 간교한 검사’가 될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과 처신술이 빼어났다”고 날을 세웠다.
임 부장검사는 또한 “‘시대와 검찰이 과연 정의로운가’와 맞물리며 계속 승승장구하며 요직에서 이런저런 일을 수행하는 선배들이 스스로는 물론 나라와 검찰에 위태위태하다 싶어 멀리서 지켜보던 제가 오히려 더 조마조마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덧붙여 임 부장검사는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위법하거나 부조리한 검찰 조직문화에 덜 때 묻은 후배들이 선배들의 자리에 올라설 날이 결국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소동을 후배들은 ‘오십보백보’라며 어이없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조금 맘 편하게 지금을 돌아볼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썼다.
앞서 문 지검장은 지난 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의 검찰 인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사직서를 냈다.
문 지검장은 글에서 “‘친정권 인사들’ 혹은 ‘추미애의 검사들’이라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 지검장은 전국시대 조나라가 장평전투에서 진나라에 대패한 것을 언급하면서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검사라고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 각자의 역량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문 지검장은 또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검언유착 수사와 관련, “참과 거짓을 밝힐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검사직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