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국 업체는 삼성전자(005930) 1개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흔히 ‘한국은 ICT 강국’이라는 말을 쓰지만 디지털 산업으로의 재편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ICT 기업(S&P 캐피탈 IQ 기준)을 10일 발표했다. 미국은 애플·넷플릭스·테슬라 등 57개, 중국은 알리바바 등 12개, 일본과 유럽은 각각 11개와 10개 기업, 인도는 3개 기업이 이름을 올린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만이 11위로 유일하게 포함됐다.
각국 증시에서 시총 상위 5개 ICT 기업을 비교해봐도 차이는 컸다. 미국 상위 5개 기업 시총의 합은 8,092조원으로 우리나라 올해 본 예산의 16배에 달했다. 중국 상위 5개 기업 시총의 합은 2,211조원이었다. 반면 한국은 530조원으로 미국의 15분의 1, 중국의 4분의 1에 그쳤다.
포털과 전자상거래 기업만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시총을 합해도 83조원으로 중국 징둥닷컴(120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해외 영향력이 크지 않아 시총 증가 추세가 느리다는 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주요 ICT 기업의 10년간 시총 증가속도 역시 한국이 미국·중국보다 저조했다. ICT 상위 5개사 시총 합계의 연 평균 증가율을 비교했을 때 미국은 29.4%, 중국은 70.4%였지만 한국은 23.4%였다.
전경련은 이를 디지털 산업으로의 재편 정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10년 전 미국에서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독보적인 1위 기업이었지만 2012년 애플에 자리를 내줬다. 유통 서비스 분야에선 10년간 월마트의 연 평균 시총 증가율이 7.1%에 머물렀던 반면 아마존의 시총은 연 평균 39.6% 늘었다.
국내 제조업이 성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시총이 보여주는 기업 가치는 시장 전망을 반영해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카카오가 시총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지만 주요국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실장은 이어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과 기존 산업과의 결합을 위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