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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줄기 전기자극기' 청신경 손상 따른 난청·이명 동반 개선

서울대 송재진·앤트워프대 연구팀

청각신경 손상 환자의 뇌줄기(뇌·척수 연결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소리를 감지할 수 있게 해주면 난청은 물론 이명까지 개선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이명은 외부 소리가 없어도 귀에서 “삐-” “윙-”하는 고음·잡음이 들리는 주관적 증상을 말한다. 대개 난청으로 인한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한다. 특히 한쪽 귀가 돌발성 난청으로 청력이 소실되면 대뇌의 잘못된 보상으로 이명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심한 이명은 우울감, 불안증세, 수면장애로 이어져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11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송재진 이비인후과 교수와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연구진은 ‘뇌줄기 청각 전기자극기’(Auditory Brainstem Implant)를 이식받은 환자가 이 장치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 대뇌의 혈류 변화를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비교관찰했다.

그 결과 이 장치를 사용할 때 청각기억을 담당하는 대뇌 측해마(parahippocampus)와 이명 증상을 중요한 감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의 대사가 크게 저하됐다. 현저성 네트워크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들어온 자극·통증 정보를 감지해 신체적 반응을 나타낼 만큼 중요한 것인지 선별하는 신경망이다.


이 환자는 한쪽 귀 난청 및 심한 이명으로 2008년 인공 와우(달팽이관)를 이식받았다. 하지만 림프로 가득차 있어 가운데귀를 거쳐온 소리의 진동을 청각신경에 전달해주는 속귀 달팽이관의 내부 공간이 염증으로 뼈처럼 변해 청각신경을 자극하는 전극을 일부만 삽입할 수 있어 난청·이명의 호전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2013년 달팽이관과 연결된 청각신경보다 상위 기관인 뇌줄기에 직접 전극을 삽입해 소리를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식수술을 추가로 받았다. 두 이식수술은 전극삽입 부위는 다르지만 나머지 장치(마이크와 송신기·수신기 등)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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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이 환자를 5년간 추적관찰했더니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음질이 보통 단계까지 향상됐다. 이명 정도를 평가하는 수치등급척도(최고 8점)도 4점으로 증상의 정도가 50% 감소해 난청과 이명 모두 크게 호전됐다. 청력 손실의 정도에 따라 이명의 주된 원인이 되는 대뇌 측해마와 현저성 네트워크 부위를 뇌줄기 청각 전기자극기가 억제함으로써 이명이 호전된 것이다.



뇌줄기 청각 전기자극기는 청각신경이 손상되거나 심하게 비정상적인 속귀 때문에 보청기나 인공와우로 청력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에게 이식한다.

이번 연구에서 신경영상 분석을 담당한 송 교수는 “뇌줄기 청각 전기자극기 이식을 통해 이명이 호전되는 메커니즘(기전)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면서 “이런 수술은 6개월 이상 보존적 약물치료를 해도 적어도 6개월 이상 큰 효과가 없고 증상이 매우 심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청과 이명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환자마다 치료법과 치료결과가 다르다”며 “수술로 호전될 수 있는 이명의 정도를 정확히 예측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및 정밀의학적 치료 방향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이과학&신경이과학’(Otology&Neurotology)에 발표됐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명과 돌발성 난청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각각 32만여명, 약 9만500명에 이른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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