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프롭테크(Prop Tech·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빅밸류’다. 자칫하면 깜깜이로 남아 있을 뻔했던 빌라 시세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술을 개발해 서민 대출의 길을 넓히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신구(新舊) 산업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감정평가사협회가 빅밸류와 김진경 대표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업계가 들썩였다. 이른바 ‘타다 사태’로 타다가 서비스를 종료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스타트업과 기존 산업군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진 탓이다.
김 대표는 ‘빅밸류의 서비스는 막혀서도 안 되며 막힐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빅밸류의 서비스가 중단되면 빌라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져 서민 대출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빌라 시세산정 서비스로 은행은 부실대출 리스크를 줄이고 서민들은 이를 통해 낮은 이자로 주택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시점에서 특정 업권이 공공의 이익이 증대될 수 있는 혁신을 가로막는 것은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밸류 검찰 고발 건에 대한 스타트업 업계의 관심이 높은 것은 빅밸류가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규제 샌드박스’ 기업이기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판단하에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되기까지 한 빅밸류의 서비스가 이번 사태로 제한을 받게 되면 후발주자의 사업도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다른 프롭테크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넓어질 수도, 확 줄어들 수도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빅밸류를 비롯한 프롭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빅밸류가 고발당한 것은 빅밸류의 서비스가 실제로 시장에서 활용되기 때문인데 사실 그런 기업일수록 정부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프롭테크 산업이 커질수록 틈새 영역을 파고든 새로운 유형의 사업이 생길 텐데 그때마다 지금과 비슷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고발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특히 빅밸류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한 만큼 현재 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히 보호를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과감하게 시도하고 개선점을 고쳐나가는 환경이 중요한데,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전체 규제 샌드박스 기업 중 일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낸다고 해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실패 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또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성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