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연합뉴스
‘1조5,000억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이 올해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으로부터 두 차례 실사를 받을 때 위조한 계약서를 내민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 측은 첫 실사 때는 위조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으나 두 번째 실사 직후 위조 여부를 확인했다. 이에 판매사가 운용사의 상황을 더 깊숙이 파악하고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특별위원회에 속한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오현철 부장검사)는 옵티머스가 이같이 NH투자증권 실사팀에 위조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제시한 데 대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등을 기소했다. 이 같은 내용은 윤 의원실이 입수한 지난 7월21일자 서울중앙지법의 김 대표 등에 대한 추징보전 결정문의 ‘피의사실 요지’에 담겼다.
피의사실 요지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의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았지만 실제로는 매출채권을 확보한 적이 없었다. 대신 2대 주주 이동열씨가 사내이사로 있는 A건설사의 매출채권을 인수했다는 거짓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했다. 매출채권을 적법하게 양수받았고 그에 대한 양도 통지 도달을 확인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허위의 ‘채권양도통지도달 확인서’도 만들었다. 실제로 펀드에는 이씨가 대표인 회사들의 사모사채를 담았고 투자금은 부동산 개발 등에 멋대로 썼다.
그러던 이들에게 올해 초 위기가 찾아왔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 감독·감사가 강화되면서 NH투자증권이 실사를 나오겠다고 한 것이다. 문제는 펀드가 너무 잘 팔려 투자금이 A사의 총 공사 수주금액을 웃돌면서 발생했다. 매출채권에 투자했다고 한 돈이 실제 존재하는 매출채권보다 많은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옵티머스 측은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위조를 감행한다. A사가 아니라 이씨가 대표인 회사들이 매출채권의 원 보유사인 것처럼 서류를 만들었다. 매출채권 매입처를 뒤늦게 분산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매출채권을 펀드 자산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직접 양수했다는 계약서도 만들었다. 계약서는 하나은행의 인감·천공 도장을 위조해서 날인했다.
옵티머스는 이렇게 위조한 계약서를 4월28일과 6월9일 두 차례 실사를 나온 NH투자증권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NH투자증권 직원들은 4월에는 서류상 도급사와 공공기관 등에 실제 매출채권이 있는지 연락했으나 확인받지 못했지만 6월 실사 직후인 같은 달 16일에는 하나은행에 문의해 위조된 계약서임을 확인했다.
만약 라임 사태가 없었다면 이들의 사기 행각은 한동안 더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 같은 허위·위조 서류가 발각되지 않았던 제도적 허점을 검증하고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펀드 판매사들이 운용사가 고객의 돈을 책임감 있게 굴리도록 상황을 보다 자세히 알고 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판매사가 운용사의 펀드 운용을 지시하는 ‘주문자위탁생산(OEM) 펀드’에 대한 우려로 인해 둘을 차단시켜 놓았는데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