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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은 '네 가지'가 없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美 전문가 반응 총정리

미 경제방송 CNBC가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승인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하고 있다. /CNBC 방송화면 캡처미 경제방송 CNBC가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승인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하고 있다. /CNBC 방송화면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11일(현지시간) 오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00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크게 반응했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도 따라 올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각각 0.38%와 0.80% 하락 마감했습니다.

어쨌든 코로나19 백신 소식은 시장에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신뢰도일 텐데요.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나온 바로도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미국 전문가들의 반응과 분석을 모아봤습니다.


"러시아 백신 받아들일 수 없어"..."맞지 않을 것"
코로나19와 관련해 앤서니 파우치 미 감염병·알레르기 연구소장과 함께 가장 많이 인용되는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날 “나는 (러시아의 백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그것은 기껏해야 최대 수백명 정도의 임상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며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은 생산이 복잡하다. 중국이 아데노바아러스를 이용한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초기 데이터가 좋지 않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면역을 만들지 불확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고틀립 국장은 정확히 무엇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안전성과 효율 모두”라고 못 박았습니다.

파리대 의대 방문교수인 피터 피츠는 “우리가 러시아 백신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노 데이터(no data), 노 사이언스(no science), 노 백업(no backup), 노 레코드(no record)”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신뢰도는 정확히 제로”라고 덧붙였는데요. CNN의 의학 담당 기자인 산제이 굽타도 “당연히 나는 (러시아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이 백신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도 러시아 백신에 대해 우려를 전했습니다. CNBC는 △연구자들의 데이터 미발표 △수십명에 투여한 것으로 추정 △임상 3상 이달 말 개시 △장기효과·안전성 불확실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백신 전문가 폴 오핏 박사는 “지금 시점에서 백신이 작동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평가했는데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매튜 해리슨 애널리스트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나는 (러시아 백신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른다”며 “어떤 임상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하느냐와 미국은 백신 승인에 있어 대규모 임상 실험을 하도록 돼 있는데 해당 백신이 러시아에서 승인을 받는데 무엇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실제 미국은 이 러시아 백신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달 파우치 소장은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개발한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미 간접적으로 러시아 백신에 대한 판단을 내린 셈입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여부)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60여년 전 소련의 소아마비 백신 연구진이 자신의 자녀에게 임상 실험을 했던 사실까지 들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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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재현...푸틴의 정치적 의도?
성급한 백신 승인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백신 이름부터가 ‘스푸트니크 V’이기 때문이죠. 미소 냉전 시절 옛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레믈린이 위신을 세우기 위해 시민들의 건강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 당국이 자국 선수들의 약물 위반을 은폐하는데 도움을 준 혐의를 받은 도핑 스캔들과 이번 백신 경쟁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NYT는 “서방국가들은 올해 안에 백신이 널리 보급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빠른 러시아의 백신 승인은 국가적 자부심이 될 수 있고 코로나19로 흔들리는 경제 때문에 꾸준히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90만명가량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고 셧다운(폐쇄) 조치에 2·4분기에 경제가 10% 수축했습니다. 스티븐 모리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부소장은 “푸틴은 승리가 필요하다. 그는 스푸트니크의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러시아 과학의 영광스러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선전기구를 본격 가동하고 있는데 이것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코로나19 승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에도 러시아의 백신 승인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코로나19 승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에도 러시아의 백신 승인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 때문에 러시아 내에서도 백신을 믿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전직 의료 종사자인 나탈리아 트로피모바는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다”며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고 WSJ에 전했습니다.

물론 러시아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죠. 백신 개발에 자금을 댄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기금 대표는 러시아 백신에 대한 의혹을 거꾸로 정치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데요. 백신 의혹에는 러시아 같은 나라가 코로나 백신을 먼저 만들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담겨 있다는 것이죠.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스푸트니크 충격’ 때처럼 미국의 시기심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러시아가 20개국으로부터 10억회 이상의 백신을 사전 신청받았으며 5개국에서 연간 5억회 이상의 백신을 제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백신을 너무나 신뢰해 자신과 아내, 70세가 넘은 부모가 모두 시험대상이었다고 했습니다. 누구인지는 확인이 안 됐지만 자신의 딸이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는 푸틴 대통령과 비슷합니다.

"시장은 백신 개발을 믿기 원한다"
어쨌든 시장이 백신 개발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날 오전 증시가 보여준 움직임도 그랬고요. 제프 킬버그 KKM 파이낸셜 창립자는 “백신 뉴스는 시장을 더 오르게 할 것”이라며 “어디에서 만들어지든 이것은 증시를 올릴 수 있는 추가적인 요소다. 우리는 백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CNBC의 유명 진행자 짐 크레이머의 분석은 흥미로운데요. 그는 “시장은 (백신 개발 성공을) 믿기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과 시장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말인 듯합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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