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년 만에 중상위→최상위권…매우 이례적" 재판장이 '숙명여고 쌍둥이'에 한 말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1심서 징역형의 집유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정문 앞. /연합뉴스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정문 앞. /연합뉴스



“피고인들은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험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고,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고등학교 내부 성적 처리를 방해했습니다. 이로 인해 숙명여고 학생들 간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박탈하고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려 죄질이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습니다.”

숙명여고 시험 답안 유출 사건의 ‘쌍둥이 자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가 1심 선고일인 12일 법정에서 쌍둥이 자매에게 한 말이다. 이날 재판부는 자매 A양과 B양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사회봉사 24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A양과 B양은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자녀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쌍둥이 자매는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고 선고일인 현재도 소년법이 정한 소년으로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며 “아무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아버지 현씨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3년의 무거운 징역형으로 복역 중인 점, 피고인들도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분된 점을 종합해 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죄질 나쁘다" 왜?…"이례적인 사례"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전경. /서울경제DB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전경. /서울경제DB


쌍둥이 자매는 여러 양형 조건에 따라 실형을 면했지만, 재판부가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한 것은 이들의 성적 향상 등이 일반적인 경우에 비춰 이례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쌍둥이 자매와 아버지 현씨가 부정 시험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한다는 논리다.

이날 재판부는 아버지 현씨가 실형을 확정받은 사건 판결을 기준으로 쌍둥이 자매가 유죄라는 ‘간접증거’를 제시했다. 앞서 현씨는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유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현씨에 대한 사건 및 이 법원의 사실조회 결과에 비춰보면 피고인들과 비슷한 또래의 경우 성적이 급상승한 사례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통상 흔하게 발생하는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례적인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관련기사



1년 만에 최상위권으로…모의고사 성적과 큰 차이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앞.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앞. /연합뉴스


또 재판부는 중상위권으로 분류됐던 쌍둥이 자매가 1년 만에 최상위권이 된 것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통상 중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의 성적 상승보다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의 성적 상승이 더 어렵다”며 “피고인들은 2017학년도 1학년 1학기에는 중상위권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두 학기를 거쳐 2학년 1학기에 인문·자연계열 전체 1등이 되기까지 성적 향상은 매우 이례적 사례”라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의 전국 단위 모의고사 성적, 학원 레벨 테스트 결과가 학교 시험 성적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내신 최상위권 학생이라면 그에 비례하는 모의고사 점수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교내 정기고사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쌍둥이 자매에게 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을 구형했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당시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현씨로부터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받는 등 숙명여고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검찰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에 답안이 모두 적힌 메모와 포스트잇이 A양 집에서 압수된 점, 답안이 적힌 기말 시험지도 발견된 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시험 출제 서술형 구문이 동생 휴대전화에 저장된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당초 검찰은 현씨를 2018년 11월 구속 기소하면서 쌍둥이 자매는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소년보호 사건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심리를 맡은 서울가정법원 소년3단독 윤미림 판사는 형사재판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고 검찰은 쌍둥이 자매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희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