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예스퍼(Yes-per)’로 불릴 정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든든한 예스맨으로 꼽혔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경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되는 입장을 줄곧 피력하며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이날 “두 사람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에스퍼 장관의 교체 방안에 대해 참모들과 비밀리에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11월 3일 열리는 대선 전까진 에스퍼 장관을 교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 역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에스퍼 장관이 가까운 지인들에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장관직에서 물러날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끓는 상황에서 에스퍼 장관은 군을 투입해 시위대를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에스퍼 장관은 “현역 미군을 동원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긴급하고 끔찍한 상황에서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군(軍) 내 남부 연합기 사용을 두고 에스퍼 장관이 자신에 항명하자 분노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남부 연합기는 미국 역사의 일부라며 군대에서의 사용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지난달 “분열의 상징을 거부하자. 우리가 깃발을 사용하는 방식도 이를 따라야 한다”며 이에 사실상 반대했다.
다만 주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발표할 것도 없고 대선 이후나 두 번째 임기의 변화에 대해 전망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