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개최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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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를 내걸고 총파업에 나선 14일 전국 동네 의원 3곳 가운데 1곳이 휴업한 탓에 일부 환자들이 헛걸음하는 등 국민들이 곳곳에서 불편을 겪었다. 문을 연 의원이 훨씬 많았고 대학병원도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가동해 ‘의료대란’은 없었지만 의협이 오는 26~28일 사흘간 추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 취재진이 이날 찾은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과 동네 의원 밀집지역은 의협 총파업이 무색할 정도로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직장인들이 주로 가는 광화문 네거리 인근 의원 20곳 가운데 4곳의 문이 닫혔는데 종로 A의원은 ‘14~17일 휴가’, B내과는 ‘12~16일 여름휴가’, C통증의학과는 ‘13~16일 휴진’이라고 안내했다. 이날 하루 총파업에 참여한다기보다는 예정된 여름휴가에 더 가까워 보였다. D가정의학과의 경우 오전에는 정상진료를 한 뒤 오후에만 휴진했다. 인근 약국의 한 관계자는 “휴가철이라 도심 환자가 평소보다 적은 시기”라며 “파업에 참여한다는 의원도 못 봤고 여론도 좋지 않아 대놓고 파업한다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구의 경우 보건소에 휴업신고를 한 의원이 1,650곳 가운데 10%를 간신히 넘는 169곳에 불과해 휴진 기관을 찾기 더 어려웠다. 정상운영 중인 E성형외과 관계자 역시 “휴가를 내고 미리 예약하는 환자가 많은 편이라 병원을 쉴 수 없다”고 전했다. F영상의학과의원 측은 “병원을 상대로 운영하는데 인근 병원이 다 열어 우리도 영업 중”이라고 했다.
마포구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 22곳 가운데 휴원한 곳은 3곳뿐이었다. 소아과를 찾은 환자 김모(36)씨는 “파업 얘기가 있기에 병원에 미리 전화해 진료하는지 확인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전공의 파업을 겪은 대형병원은 오히려 더 한산했다. 전공의와 더불어 진료를 맡은 임상강사(전임의)들도 다수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사전에 대체인력이 배정됐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문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응급실은 평소보다 북적였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동네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응급실로 바로 온 환자들이 있는 것 같다”며 “경증환자가 대부분이라 운영에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이 대체로 별다른 진통 없이 하루를 보낸 반면 부산과 대전 등 일부 지역은 다수 의원이 휴업에 참여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부산은 의원 2,394곳 중 1,040곳(43%)이 휴진했고 제주와 대전도 40%를 기록해 절반 가까운 의료기관이 문을 닫았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이날 오후5시 기준 전국 의료기관 3만3,836곳 중 1만1,025곳(32.6%)이 휴업했다.
병원 문을 닫은 의사 일부는 이날 서울과 부산·광주·대구·대전 등 5곳에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의협은 서울 2만여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의사 2만8,000여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집회에는 개원의뿐 아니라 전공의와 임상강사·의대생들도 몰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답변을 정부가 내놓지 않는다면 26~28일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단행한 후 무기한 파업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의협이 요청한 협의체 구성을 수용하고 정책 논의를 하자고 거듭 제안했음에도 집단휴진을 결정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집단행동 감행은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