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분하라’고 권고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나면서 검찰이 다음 주께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수사심의위 결과에 2~3주 내에 입장을 표명했던 앞선 사례와 달리 오랜 시간이 흐른데다, 앞으로 검찰 직제 개편과 차장검사 등 인사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에 있어 이른바 ‘선택의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19일에서 21일 사이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검찰 인사·직제개편 등 최근 상황 때문이다. 삼성 불법 고용승계 의혹 사건의 기존 수사 지휘 라인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신성식 3차장·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이었다. 하지만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신 3차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수사 지휘 라인에 변동이 생겼다. 게다가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에 따른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25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고 점쳐지면서 차장·부장검사 등 인사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지검장을 제외한 기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지휘 라인이 바뀔 수 있는 터라 2차장이나 4차장이 사건 결제를 하는 등 다음 주중 최종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건 수사를 지켜본 기존 지휘 라인이 아닌 인사로 바뀐 새로운 윗선이 사건 처리 등 결제를 한다는 건 다소 이례적인 사례”라며 “사건 처리에 대한 책임을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이 지는 게 일반적이었던 만큼 후임 인사에게 지우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 소지 부분이 있는 만큼 차장검사 등 인사 전에 앞서 이 부회장 등을 재판에 넘길지 또는 불기소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는 검찰 앞에 놓인 선택지는 3가지다. 하지만 선택은 쉽지 않다. 기소·불기소·기소 유예 등 어떠한 판단을 내놓더라도 검찰이 직면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의견에 반해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하면 ‘스스로 만든 제도도 따르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독불장군식의 강행으로 국민적 신뢰만 떨어뜨릴 수 있다. 반면 불기소로 결정하면, 장기간 검찰 수사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 또 1년 8개월의 긴 수사에도 제대로 혐의 입증조차 못했다는 쓴소리도 검찰 몫이다. 수사심의위 권유를 사유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법적 판단을 유보하는 기소유예로 결론을 내릴 경우 법적 논란만 가져올 수 있다. 기소유예란 검사가 형사 사건에 대해 범죄의 혐의는 인정하나 피의자의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그 판단 근거는 형법 51조(양형 조건)에 명시한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이다. 수사심의위 의견이 이들 가운데 하나로 판단해 기소유예해야 하나, 이는 무리한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