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빅테크까지 대출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손안의 대출’ 비대면 대출 경쟁력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소비자가 십여개 신용대출 상품을 일일이 조회하고 심사받는 대신 신청 한 번만으로 맞춤 한도·금리 안내는 물론 최적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신용대출 절차를 전면 뜯어고친다. 신한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담보대출 100% 비대면화를 추진하는 한편 기업여신 부문에서 비대면 신상품 개발에 착수한다. 클릭 몇 번으로 모든 절차를 끝내는 편리함과 플랫폼 경쟁력을 내세운 빅테크에 대항해 은행의 핵심영역인 대출시장에서 디지털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각오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디지털 신용대출 프로세스를 기존 ‘상품별’ 절차에서 ‘고객별’ 절차로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금은 나열된 신용대출 상품 10여종을 소비자가 일일이 비교해보고 원하는 상품을 고른 뒤 해당 상품에 개별적으로 대출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상품별로 건건이 대출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금리도 자금 용도, 직장·소득 정보, 주거 형태 등 대출 신청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모두 입력해야 확인할 수 있는데다 은행 심사 결과 퇴짜를 맞거나 대출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른 상품을 골라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했다.
앞으로 고객별 통합추천 프로세스가 도입되면 이런 번거로움은 사라진다. 소비자가 상품을 고를 필요 없이 자금 용도, 희망 한도 등 대출 신청에 꼭 필요한 정보를 한 번만 입력하면 은행은 해당 고객에 대한 대출 심사를 거쳐 최적 대출 한도와 금리를 우선 산출해 제시하게 된다. 이후 개인별 조건에 맞는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은행으로부터 ‘대출 불가’ 판정을 받은 소비자를 위해서는 NH저축은행·NH캐피탈 등 계열사의 신용대출 상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대출 실행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한 번만 정보를 입력하면 애플리케이션을 껐다가 다음에 다시 신청할 때에도 재입력할 필요가 없도록 ‘대출 이어가기’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라며 “비대면 환경에서도 가장 편리하고 최적화된 고객 여정을 만들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역시 대출 비대면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주택용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까지 포함한 부동산 담보대출의 전면 비대면화를 이르면 올 하반기 실시한다. 기존 금융권에서 선보인 타행 대환뿐만 아니라 소유권 이전 등기 신고 등의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또 기업 부문에서도 100% 비대면·자동화 여신 신상품 개발에 돌입한다. 기업 대상 다이렉트 보증서 대출이나 가맹점 선정산 서비스 등을 비대면 전용 상품으로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비대면 대출은 지난 2017년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금융권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카카오·케이뱅크가 ‘싸고 편한’ 비대면 신용대출로 무한경쟁에 불을 붙인 뒤 시중은행들도 상품군을 정리하고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며 맞불을 놓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을 ‘하나원큐 신용대출’로 일원화하고 대출 한도·금리 조회부터 실행까지 3분 안에 가능한 ‘컵라면 대출’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우리은행 역시 올 3월 출시한 비대면 전용 ‘우리 WON하는 직장인 대출’로 월평균 8,000억원가량 신규 취급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달부터는 신용대출 갈아타기 프로세스를 신설했다. 신한·KB국민은행도 앞서 신용대출을 대상으로 최적상품 추천 프로세스와 각 계열사를 연결하는 통합 대출 플랫폼을 발 빠르게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빅테크 네이버가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소상공인 신용대출 서비스에 간접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다른 대형 은행에 비해 비대면 대출 프로세스 개편이 더뎠던 농협은행까지 혁신을 서두르는 배경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출 비교·연결이 아닌 직접 대출은 핀테크·빅테크가 할 수 없는 기존 금융사만의 고유 영역”이라며 “대출 서비스의 편리성은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만큼 이 분야에서 더욱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이지윤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