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수급의 불균형이 커지면서 다음달 최악의 전세난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월은 전통적으로 이사 성수기인데 매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택 소유주는 기존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해 세입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6.9로 전주(182.4)보다 4.5포인트 올랐다. 해당 수치는 전세대란이 한창이던 2015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값이다. 경기도의 전세수급지수 또한 같은 기간 184.2에서 186.2로 상승해 2015년 10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수급 불균형 속에서 전셋값도 치솟는 양상이다. 서울 전셋값은 10일 0.41% 급등해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도 또한 0.26% 상승했다. 국가 통계인 감정원 통계를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감정원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같은 기간 115.8에서 120.0으로 4.2포인트 올랐다. 역시 2016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 현장에서도 기존 시세보다 크게 오른 가격으로 전세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 전용 84.3㎡는 1일 16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해 말 기준 해당 면적의 전세 시세가 14억 5,000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반년여 만에 2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 84.9㎡ 또한 지난달 6억4,000만원에 계약돼 5월(5억3,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최악의 전세난을 우려하고 있다. 9월은 전통적으로 이사철이어서 전세 계약체결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공급이 부족해 거주권역을 옮기는 수요자들은 상당한 애를 먹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도 수원에서 서울로 이주를 준비 중인 한 40대 가장은 “직장과 교육 문제 등으로 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상황이 만만치 않아 걱정스럽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택 소유주는 계약갱신청구권에 대비하고자 기존 시세보다 전셋값을 대폭 올려받는 기류도 강해지고 있다. 새로 세입자를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발생해 세입자가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선 부동산에 따르면 6,864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에서 순수 전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반전세’라고 불리는 보증부 월세만 몇 건 나와 있다. 해당 단지는 이달 국토부에 신고된 11건의 임대차 계약 가운데 7건이 반전세였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신규 세입자와 거래하면 기존보다 전셋값을 1억~2억원씩 올려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매물이 급감한 가운데 전셋값 또한 크게 오르면서 임대차 시장의 신규 수요자들이 큰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