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에 데인 손정의, ‘믿을맨’ 아마존·테슬라에 투자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아마존, 테슬라 등 최근 주가가 한창 치솟고 있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손 회장은 그간 비전펀드를 앞세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으나 위워크 투자 실패로 명성에 금이 갔다. 이에 성장성은 물론이고 안정성까지 갖춘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 6월말 기준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 주식의 가치가 10억달러에 달한다고 18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 5억달러치와 테슬라와 넷플릭스 주식도 각각 2억달러치씩 보유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에도 투자했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전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나타낸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공동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출범시켰다. 비전펀드는 위워크와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 반도체 설계회사 ‘엔비디아’와 ‘ARM’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위워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하고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큰 시련을 맞았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3월 1조4,381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기업의 분기 적자액으로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도쿄전력홀딩스의 1~3월 적자 1조3,872억엔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여파로 3월 결산인 소프트뱅크그룹은 2019회계연도(2019.4~2020.3)에 9,615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가 회계연도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5년 만이며 적자액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에 손 회장 스스로 실적발표 자리에서 “위워크 투자는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런던에 위치한 비전펀드운영사인 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원 15%를 줄였다.

이처럼 사상 최대의 시련을 겪은 소프트뱅크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존과는 다른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손 회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알리바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5억 5,500만달러로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자회사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손 회장도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기업이며, 시장에서 쉽게 팔 수 있는 회사들”이라며 상장 기업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위워크와 같은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것을 반면교사 삼아 나온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소프트뱅크가 투자자들의 압력으로 투자 우선 순위를 전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