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금융 선진화 급한데…쏟아지는 금융 규제법안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면서 정부·여당 주도의 금융 규제 법안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금산분리를 강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10%로 낮추는 이자제한법·대부업법 등 20대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던 법안은 물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하거나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사에 과실 여부 입증 및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안까지 입법 속도를 높이면서 금융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국회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라임, 옵티머스 등 부실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르자 금융사 과징금으로 펀드를 설립해 피해자 구제금으로 활용하는 페어펀드 도입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이 금융사들이 연루된 2,000만원 이내의 소액분쟁 사건에 대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사도 자동으로 수락하게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금융사의 경영 자율성과 법적 대항력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속속 입법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거대 여당 구도 속에 해당 법안들의 입법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금융권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규제 일변도의 법 개정으로 금융 선진화는 요원해지고 금융사들은 새롭고 모험적인 시도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계 금융사들이 잇따라 철수한 것도 금융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치권의 무차별한 규제 법안 살포 때문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8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주요 대부업체들마저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부업권이 개점 휴업 상태지만 김남국·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현행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10%로 또 다시 낮추는 대부업법·이자제한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하며 기름을 붓고 있다. 대부업권에선 두 법안을 두고 ‘대부업 사망선고’라고 부를 정도다. 대부업권은 물론 카드·캐피털 등 제2금융권에서도 법정 최고 금리를 급격하게 낮출 경우 신용대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해당 정책을 21대 총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당은 입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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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을 타깃으로 한 금융 규제 법안도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속속 재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사가 보유한 대주주·계열사 주식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여당 의원인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으로 현행 법에서는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취득원가로 계산해 총자산의 3%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법 개정에 따른 영향을 받는 유일한 회사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다. 사실상 삼성 그룹을 타깃으로 한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법 개정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약 6,000억원대에서 34조원대로 늘어난다. 양사의 총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주식 가치 기준으로 약 23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그룹으로선 퇴로가 마땅치 않다.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 보험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 방어에도 유리하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지만 일반 지주회사로 강제 지정될 수 있어 전체 물량을 떠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삼성생명으로선 이때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과 유배당 보험상품 고객들에게 내줘야 할 배당도 부담이다.

국회에 이어 당국의 압박까지 거세지면서 시장에서는 삼성 보험계열사의 전자 지분 처분 작업이 법 개정 전 본격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삼성생명법이 쟁점으로 부상하자 지난 10일 이후 나흘간 삼성생명 주식은 46% 급등한데 이어 변동성을 키우고 있고 삼성물산, 삼성물산3우B 등 관련주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서은영·김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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